[한경닷컴] 애플의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가 2개월 전 극비리에 간 이식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밀주의에 집착하는 애플의 독특한 기업문화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23일 뉴욕타임스(NYT)는 간 이식을 받으려는 대기자가 줄을 서고 있는 상황에서 잡스가 어떻게 간 이식을 받게 됐는지에도 의문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유명 인사가 장기 이식 수술을 받을 때마다 이런 의문은 일게 마련이지만 잡스 CEO는 애플의 비밀 중시 기업문화와 함께 더 많은 억측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간 이식은 환자의 병세와 병을 앓은 기간 등을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때문에 유명인이라고 해서 새치기를 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하지만 간 이식 대기 시간이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전용 제트기 등을 타고 대기 시간이 짧은 도시에 갈 수 있으면 보통 사람보다 빨리 수술을 받을 수 있다.

회사측은 잡스의 암 전이 여부 등 건강 상태는 물론 수술과 관련된 어떤 얘기도 하지 않고 있다.심지어 잡스가 회사에 출근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도 애플은 그의 복귀 여부에 대해서도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투자자들의 관심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간 이식 사실이 알려지 이후에도 고위 임원조차 민감하다는 이유로 사실확인을 꺼릴 정도다.

애플의 비밀주의는 기업문화 자체로 굳어졌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잡스가 사실상 이런 문화형성을 주도해왔다.직원들은 보안검색문을 지난 뒤 출입증을 긁고도 다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사무실에 들어갈 수 있다.사무실에서는 통상 보안카메라로 직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를 외부에 누설한 직원들은 해고를 각오해야 한다.때로는 상품 계획과 관련,잘못된 역정보를 직원들에게 흘리고 이를 보도한 언론이 나오면 해당 정보제공자를 징계한 적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파이퍼 제프레이에서 5년 동안 애플을 담당해온 진 먼스터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소통을 한사코 꺼리는 블랙박스 회사”라고 규정했다.기업지배구조를 연구하는 와인버그센터의 찰슨 엘슨 이사는 “혁신을 중시하는 정보기술(IT)업체로서 정보 공개를 꺼리면 자칫 투명하지 못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