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기아자동차의 미국 시장 질주는 현대자동차 못지않다. 기아차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미 시장에서 12만559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6.8% 줄어들었지만,글로벌 주요 완성차업체 중 가장 감소 폭이 작다. 미국 시장 전체 판매량이 같은 기간 36% 급감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선방이란 평가다. 기아차의 미국 점유율도 작년 2.1%에서 3.1%로 높아진 상태다.

그렇다면 기아차의 이런 선전을 미국 딜러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최근 방한한 기아차 미국 딜러 2명을 만났다. 미국 플로리다주 템파 딜러인 프랭크 몰서니씨와 노스캐롤라이나주 윌슨 딜러인 존 리씨다.

이들은 기아차가 미국 지역 달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초청 행사에 참석했다. 기아차 남양연구소와 화성공장을 방문하고 중장기 상품 계획 등을 설명하는 컨퍼런스에도 참가한 이들은 기아차의 최근 미국 판매 실적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추가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나타냈다.

우선 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1955년부터 자동차 딜러업에 종사해오고 있다는 몰서니씨는 "GM과 크라이슬러가 몰락한 것이 기아차에는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현재 3% 초반인 기아차 점유율은 내년 말까지 4%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불황기에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 자동차 수요가 올해 1000만대에서 내년 1200만대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점유율 3%대를 유지한다면 기아차는 올해 30만여대를 판매할 것이란 계산이 나오죠.하지만 내년 수요가 1200만대로 증가하고 점유율이 4%로 높아지면,기아차 내년 미국 판매량은 50만대에 육박할 겁니다. 다만 금융위기로 받은 미국 소비자의 타격이 커 실제 내년 수요가 얼마까지 회복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이들은 기아차 디자인에 대한 미국 소비자 평가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전했다.

리씨는 "쏘울 포르테 등 최근 출시된 차량의 최첨단(cutting-edge) 디자인은 젊은층부터 장년층에 이르는 다양한 고객들로부터 매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기아차가 실시 중인 디자인 경영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딜러를 겸하고 있다는 그는 "현대차는 구매자가 실직하면 차를 되사주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도입했지만 기아차는 특별한 마케팅 정책이 없음에도 우리 상점에서 지난 10개월간 판매량이 10% 증가했다"며 "훌륭한 디자인과 높은 품질이 바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몰서니씨는 30여년 전 일본 도요타자동차 딜러를 할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도요타가 과연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렇다고 확신했고 실제 도요타는 대성공을 거뒀다는 것이다.

그는 "기아차도 앞으로 도요타에 못지않게 미국 시장에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내년 초 조지아 공장을 본격 가동하면 기아차의 미국 브랜드 이미지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북미에서 판매되는 차종들이 점차 다양화되는 만큼,조지아공장에는 쏘렌토R 외에도 몇 개의 차종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는 게 이들이 견해다.

기아차에 대한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몰서니씨는 "기아차 화성 공장을 방문해보니 1개 생산라인에서 2개 차종을 동시에 생산하고 있었다"며 "이는 1개 라인에서 거의 1개 차종만 제조하는 미국 빅3 보다는 낫지만 도요타 혼다 등에 비해선 여전히 비효율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산라인의 유연성(flexibility)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