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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준의 한국정치 미국정치] (2) 美서 장외투쟁 하면 '소환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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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벽걸이TV를 하나 장만할 겸 해서 백화점 구경을 갔다. 가격은 상관 없으니 품질이 좋은 것부터 보여달라고 했다. 점원은 망설임없이 '삼성(Samsung)' 코너로 나를 이끌었다. 에어컨도 마찬가지다. 가격 대비 품질이 괜찮은 게 아니라 "값은 비싸도 제 값을 하는게 LG"라고 했다. 한국 사람인 게 그보다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판은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나는 북한의 전쟁 위협보다 무서운 게 국내의 정치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야당의원들뿐 아니라 최근에는 대학교수 학생 변호사들까지 나서서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한다'고 말한다. 내 눈에는 현 정권을 규탄해서 다른 잇속을 차리려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당은 자기들끼리 파가 갈려 싸우고 있으니 더욱 한심하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에 몰표를 준 국민들의 절실한 바람에 제대로 답한 게 하나도 없다. 여당에 도대체 무슨 파가 그리도 많은지.주류파,비주류파,친이파,친박파,쇄신파,이상득파,이재오파….

    나는 미국에서 정치를 하면서 민주당(진보) 공화당(보수) 그 밖에 무당파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집권당 내에 주류파 비주류파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계파 수장이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모습도 본 적이 없다. 의원들이 선출한 당내 리더십이 있을 뿐이다. 과거 223년간 미국 정치는 늘 그랬다.

    미국에선 정치를 제대로 하려면 한가하게 파벌 다툼을 할 시간이 없다. 나는 목요일 밤이면 비행기로 부지런히 지역구에 가서 '레드 아이 (red eye)'라 불리는 월요일 밤 비행기로 되돌아오기를 임기 내내 계속했다. 지역구에는 현지 기자들이 예리한 질문을 준비한 채 내가 도착하길 손꼽아 기다린다. 공화당인 나와 정책 토론을 붙으려고 민주당 소속 시민단체들도 단단히 벼르고 있다. 주말이 오는 게 은근히 두려울 정도였다. 얼굴도 잘 모르는 이의 결혼식과 장례식을 다니는 게 지역구 활동의 전부라는 한국의 일부 국회의원이 어찌보면 부럽다.

    화요일 새벽 워싱턴으로 돌아오면 지역구에서 쌓인 피로를 풀 새도 없이 의회 활동에 몰두해야 한다. 피로와 졸음이 쏟아져 막후에서 계파를 관리할 기력도 없다. 더욱이 의사당 바깥으로 뛰어나가서 시위대와 합세하는 이른바 장외 투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지역구민들이 자기 생활이 바빠서 대신 일하라고 워싱턴으로 보낸 일꾼이 의회를 버리고 나왔다간 대번에 소환투표에 직면하게 된다.

    한국 정치가 후진적인 모습을 벗지 못하는 가장 큰 문제는 공천제도가 잘못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정당 지도자가 공천권을 쥐고 이를 남용하는 게 문제다. 선거 때면 지도자들이 바둑 두듯 이리저리 자기 측근들을 배치한다. '텃밭'에 공천만 받으면 선거 운동을 할 필요도 없다.

    유권자의 마음이 아니라 어떤 줄에 서느냐가 정치인의 생명을 결정하는 구조로는 결코 정치가 바뀌지 않는다. 공천은 해당 지역주민들이 투표로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당내 정치에 바쁜 정치인들이 유권자의 눈치를 보고 그 속으로 나아갈 것이다. 트랜지스터 라디오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던 우리가 이제는 전자 분야에서 세계 최고 상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정치를 바꾸지 않는다면 결코 미래는 없다. 4류 정치가 1류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얘기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전 미 연방 하원의원 · 워싱턴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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