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축구 팬들이 이란 정부가 지난 12일 실시한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기습적인 시위를 벌였다.

이란 축구 팬 5~6명은 17일 오후 7시40분께 한국과 이란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맞붙은 서울월드컵경기장 본부석 오른쪽 골대 뒤편 이란 응원단석 쪽에 자리를 잡고 'Where is my vote?'란 녹색 바탕의 종이 카드를 펼쳐보였다.

강경 보수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개혁파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를 압도적인 표 차로 누르고 재선한 것을 두고 의혹의 눈길을 보낸 것이다.

이들은 또 무사비 캠프의 상징색인 녹색 띠를 왼쪽 손목에 두른 채 선거 결과에 대한 항의 표시를 분명히 밝혔다.

이번 기습 시위에 참가한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이란인(43)은 "선거를 도둑맞았다.

지금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못해 이러한 퍼포먼스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다른 이란 축구 팬도 "우리나라 자존심이 걸려 있는 만큼 축구장에서 이렇게라도 우리의 의견을 피력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경기 직전 주한 이란대사관 직원이 이를 만류하는 과정에서 잠시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지만 이렇다 할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