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이 열릴 기미가 없다. 6월에는 국회법에 따라 임시국회를 열어야 하는데 나라안팎으로 산적한 현안에도 불구하고 보름이상 여야가 네 탓 타령만 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민주당이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수사책임자 처벌,국회 검찰개혁 특위구성 등 개원조건으로 내건 5개 주장에 걸려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정부와 여당은 어제 민생법안과 안보문제를 다룰 임시국회 개원을 위해 전력을 다한다는 의지를 다잡기는 했다. 고위당정협의에는 한승수 총리와 박희태 대표,정정길 대통령실장 등까지 두루 참석했으니 조만간 야당의 등원을 설득할 화해책과 압박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도 된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특히 지금과 같은 긴박한 시점에서 국회의 개원 여부가 여야간 정쟁거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앞서 2차 핵실험까지 강행한 북은 지난주말 유엔 안보리의 제재결의안 채택에 반발해 우라늄농축 착수와 새로 추출한 플루토늄의 전량 무기화에 봉쇄시 군사적 대응과 같은 추가도발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공단의 장래뿐 아니라 남북관계의 기본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수 있는 개성공단 2차 실무회담도 사흘후면 또 열린다. 경제도 여전히 어렵다. 어떻게 보면 제대로 된 기업 구조조정은 아직 시작도 안됐고 경기의 바닥 여부도 확인 안됐는데 한쪽에서는 성급한 인플레이션 우려 논쟁까지 빚어지고 있어 일반국민들에게는 혼란스럽게 보이기에 딱 알맞다. 전체적으로 아직은 낙관론보다는 불안요인이 더 크게 보이는 국면이다.

노사관계와 거리집회에도 불씨는 남아 있어 '보혁 대결'처럼 비쳐지는 사회적 갈등 양상은 여전하다. 안보와 경제,사회문제에까지 불안스럽고 불편하게 느낄 국민들이 그만큼 많다는 말이다. 이 모든 난제와 갈등현안을 '장내'로 수렴해 난국돌파에 앞장서야할 주체가 바로 국회다. 그게 지금 국회에 주어진 기본 임무다.

그러자면 한나라당은 청와대가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지는 총체적 국정쇄신안이 조기에,제대로 나올수 있도록 분위기조성에 앞장서야만 한다. 국민들 생활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집안싸움은 당장 그만두고 국회부터 정상화하는 길이 그 첫단추다.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난국일수록 여당 책임이 더 막중하다고 하는 것이다. 민주당도 실현가능한 주장,타협가능한 조건을 제시해 국정의 한축을 담당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