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브랜드 '시보레'가 1953년 출시한 대표적인 '머슬카(높은 배기량과 고출력의 '근육질' 자동차)' 콜벳이 단일모델 생산 150만대를 돌파했다.

시보레는 지난 12일 자료를 통해 "미국 GM 공장에서 150만대 째의 콜벳인 흰색 컨버터블 '3LT'가 생산됐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표적인 머슬카로 시대를 풍미했던 콜벳의 생산 150만대 돌파는 평균 약 6만 달러(약 7500만원), 최대 10만 달러에 육박하는 가격과 높은 배기량으로 인한 만만찮은 유지비를 감안할 때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카렌 레퍼티 시보레 생산마케팅 담당이사는 "콜벳의 생산 150만대 돌파는 시보레의 60여년 역사 속에서도 엄청난 사건"이라며 "콜벳은 시보레가 얼마나 미국적인 브랜드인지를 대변한다"고 말했다.

콜벳의 최초 모델은 1953년 6월 3500달러의 가격표를 붙이고 첫 선을 보였다. 차량 내부 옵션은 AM라디오와 히터 뿐이었다. 당시 3500달러는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3만달러가 된다. 출시 당시에는 초고가 차량은 아니었던 셈.

그러나 출시이후 줄곧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콜벳의 판매량은 지속적인 성능향상과 더불어 가격 인상폭을 넓히기 시작했고,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유지비와 경제성이 차량 선택기준으로 자리잡으며 주춤하기 시작했다. 1977년 생산 50만대를 돌파한 콜벳은 15년 후인 1992년 생산 100만대를 넘어섰다. 더욱이 150만대를 돌파하는데는 17년의 세월이 걸렸다.

최근 생산되는 콜벳의 '막강 제원'은 예전 그대로다. 8기통 엔진의 6200cc라는 '엄청난' 배기량과 436마력에 달하는 높은 출력은 양산형 차로써는 독보적인 수준이다. 차량이 멈춘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아 시속 100km에 도달할 때까지의 '제로백' 소요시간은 단 4초다.

가격은 일반적인 자동차 구매고객에게는 부담스럽다. 최신형인 2010년형 콜벳 그랜드 스포츠(GS)의 문짝 두 개 짜리 쿠페형은 5만5720달러, 지붕이 열리는 컨버터블형은 5만9530달러다. 연비를 생각하면 구매층은 더욱 한정될 수밖에 없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표기한 콜벳의 공인연비는 시내 주행 시 1리터당 6.3km 정도다.

한편 시보레의 '콜벳 생산 150만대 달성' 소식과 함께 2010년형 콜벳 GS의 가격 등 세부사항이 전해지자 미국의 자동차 마니아들은 가지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최근 추세를 감안할 때 콜벳은 시장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그래도 콜벳은 미국의 상징으로 탄탄한 지지고객을 갖고 있다'는 옹호론이 엇갈렸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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