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김모씨(48)는 2년 전 모발이식 수술을 받았다. 머리카락이 새로 나 휑한 앞머리를 덮어주는 것은 좋았으나 얼굴이 심하게 부어 한번 더 이식해 보려 해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한 달여 전 이런 불편이 없는 모발이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황성주털털한피부과 모발이식센터를 찾았다. 수술 후 이렇다할 후유증이 없어 두세 달 후 새로 자라나올 머리카락을 기다리며 기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이 센터의 황성주 원장(40)은 2006년 세계모발이식학회가 최고의 모발이식의사에게 주는 '플래티넘 모낭상'을 가장 어린 나이에 수상한 이 분야의 전문가다. 이를 포함해 그동안 국내외 관련 학술상을 6차례나 받았다. 그의 연구 업적은 미국 모발이식 교과서에 그대로 반영됐고 향후 발간될 외국 의대 교과서에도 실릴 예정이다.

이른 나이에도 이 같은 큰 성과를 올린 것은 국내 모발이식 메카로 불리는 경북대 의대 김정철 교수의 수제자로 1995년 이후 줄곧 모발이식에만 전념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이때부터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아 손바닥 손등 다리 이마 등쪽 목덜미 복부 등에 나눠 심어 모발의 성장패턴을 알아보는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같은 머리카락인데도 등쪽이 가장 잘 자랐고 다음이 허벅지 목덜미 손등 손바닥 순이었다. 이식한 부위의 혈관이 풍부하고 피부가 어느 정도 두꺼워야 머리카락이 자라기 좋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는 이식할 털을 어디서 뽑았는지에 따라 향후 자랄 머리카락의 속성이 결정된다는 기존 '공여부 영향설'을 뒤집은 것으로 심을 털이 이식한 부위의 털이 자라는 속성을 따라간다는 '수여부 영향설'로 전 세계 의학계를 깜작 놀라게 했다.

올해엔 가슴털을 머리에 이식함으로써 수여부 영향설을 재입증한 연구논문을 미국피부외과학회지 6월호에 게재했다. 또 5년간 12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해 모발이식의 가장 흔한 부작용인 안면부종을 줄이려면 수술 후 누워 지내고 적정량의 스테로이드(프레드니솔론)를 투여하는 것이 효과적임을 밝혀냈다. 이 또한 기존 의학 교과서에 수술 후 환자의 머리를 높이라고 규정한 지침을 뒤집은 것으로 이달 발행될 세계모발이식학회지 최신호 표지논문으로 채택됐다.

황 원장은 모발이식 성적도 뛰어나다. 그동안 4000여명에게 모발이식을 시행,99%에 육박하는 모발생존율을 올려 다른 클리닉보다 10%포인트가량 높은 실력을 보여왔다. 이런 명성에 국민마라토너 이봉주를 비롯 유남규 한기범 이홍렬 등 유명 '빛나리'들이 이곳에서 머리카락을 심었다. 그동안 그가 벗겨준 가발은 400여개,앞으로도 더 발전된 기법을 개발해 대머리 없는 세상을 만들 생각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