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핵심 상권인 서울고속버스터미날을 놓고 롯데 · 현대 · 신세계 등 '유통 3강'이 한판 승부를 벌일 태세여서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강남 지역에는 대형 백화점이나 복합 쇼핑몰을 세울 만한 부지를 찾기 어려워 누가 최종 승자냐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이달 중 서울고속버스터미날 지분 매각을 자신하고 있다. 매각 실무자들은 "다른 건 몰라도 서울고속버스터미날은 문제 없이 팔릴 것"이라며 매각 가격이 얼마나 될지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금호아시아나와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한 산업은행도 "원하는 곳이 줄을 섰다"며 낙관하는 분위기다.

현재로선 현대백화점과 롯데,신세계가 인수에 가장 적극적이다. 서울고속버스터미날이 소유한 강남 터미널이 요지인 데다 유동 인구가 엄청나 업무 · 상업 · 주거 시설 등 대규모 복합타운으로 재건축할 경우 경제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인수전이 본격화할 경우 건설업체와 금융회사들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가세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인수 · 합병(M&A)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초구 반포4동에 위치한 강남터미널은 부지 면적이 총 15만1161㎡에 이른다. 직선 거리로 2㎞ 이내에 있는 서초동 롯데칠성 물류센터(4만3438㎡)나 삼성타운(2만5000㎡) 등을 압도하는 규모다.

강남터미널의 관할 구청인 서초구는 주차장,상가 건물 등 낡은 터미널 시설을 재건축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연구 용역까지 마무리해 놓은 상황이다. 서초구는 강남터미널 가운데 승 · 하차,매표 등 터미널의 핵심 기능은 모두 지하로 옮기고 지상에는 녹지와 함께 주거 · 업무 · 상업 · 문화 시설 등을 건설해 서울 최대의 '교통복합단지'로 개발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려 놨다.

서초구 관계자는 "지하로 내려갈 시설 이외에 차량 정비 시설 등은 외곽(서초구 내곡동 청계산 인근)으로 옮겨 지하 공간을 복합 환승센터로 만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초구는 또 경부고속도로 반포IC와 터미널을 지하로 연결해 터미널 주변 교통난을 해소한다는 전략도 세워 놓고 있다. 서초구의 이런 구상이 현실화되려면 땅 주인인 서울고속버스터미날의 인수 업체가 주체가 돼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유통 빅3가 서울고속버스터미날 인수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이 인수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이상 롯데와 신세계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신세계로선 강남터미널에 현대백화점의 초대형 매장이 들어올 경우 현재 강남권 '지존'인 신세계 강남점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곳을 현대백화점이 가져가도록 절대 내버려둘 수 없는 입장"이라며 "다만 롯데의 경우 인근 서초동 롯데칠성 물류센터 부지 개발이 탄력을 받고 있어 다소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서울고속버스터미날 인수전에는 강남터미널 개발 구상의 승인권을 쥔 서울시의 입장이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M&A업계 관계자는 "원래 서초구는 강남터미널을 다른 지역으로 완전히 이전하는 방안을 희망했지만,서울시가 '대체 부지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수차례 반려해 이전 대신 재건축하는 구상을 마련한 것"이라며 "시의 최종 승인이 지연되면 인수 희망업체들이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강남터미널 상가에서 영업 중인 상인들을 이주시키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라며 "결국 이런 변수들을 인수 가격에 어떻게 반영할지가 협상의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태형/송종현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