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 풋백옵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자 유치 전략이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시름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보 유출의 진원지를 금융당국으로 보고 있어 협상이 실패로 끝날 경우 후유증이 우려된다.

금호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11일 "금호가 추진 중인 새 투자자 유치 전략이 누군가의 입을 통해 거의 통째로 흘러나가고 있다"며 "내달 말까지 협상시한을 앞두고 있는 금호로서는 치명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호는 2006년 대우건설 인수 당시 투자자들한테 3조5000억원을 빌리면서 올해 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3만1500원을 밑돌면 이 가격에 주식을 되사주겠다는 풋백옵션을 제공했다. 현 주가 수준을 감안할 경우 투자자가 보유한 지분 38.6%를 옵션 가격에 인수하는 데만 4조원이 필요하다.

금호는 7월 말까지 새로운 투자자와의 협상을 끝내고 이를 보증할 수 있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양해각서(MOU) 형태의 물증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대우건설을 채권단에 넘기기로 지난 1일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 직후 금호가 새로운 투자자에게 채권단 지분과 금호 계열사가 보유한 일정 지분을 주당 2만3000원에 넘기고,옵션 행사가격과의 차액은 자체 자금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 흘러나왔다.

또 새로운 투자자에 현 시세와 인수가격과의 차액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 주고 추가 수익을 보장하면서 계열사가 보유한 대우건설 주식을 담보로 내놓기로 했다는 내용까지 전해졌다.

금호 측은 시한에 쫓기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큰 상황에서 핵심 정보까지 유출되는 데 대해 격앙된 분위기다. 재계에서는 투자 유치 계획을 사전에 보고받은 금융당국과 채권단 일부가 금호의 협상 실패를 위해 정보를 흘리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 관계자는 "협상 전략 노출은 고스란히 가격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금융당국이 진행 중인 협상에 대해 '지나친 양보는 안 된다'는 식으로 언급하는 것 조차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