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 유탄맞은 스웨덴‥EU에 'SOS'
라트비아라는 무거운 돌덩이에 발이 묶이면서 스웨덴이 코너에 몰렸다.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로 튼튼한 기초체력을 자랑하며 '자본주의의 미래'로까지 거론되던 '노르딕 모델'의 주인공이 라트비아에 투자한 거액을 날릴 위기에 처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에 급하게 손을 벌리는 처지가 됐다.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라트비아 사태가 과거 아르헨티나 경우처럼 큰 비용을 치를 것"이라며 또다시 불길한 '카산드라(그리스 신화의 여성 예언자)'의 전망을 내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라트비아 등 발트 3국의 경제위기 가능성이 재부각되면서 이들 국가에 많은 대출을 해 준 스웨덴 중앙은행이 ECB로부터 30억유로(약 42억1300만달러)의 대출을 받기로 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이 같은 긴급 자금수혈은 라트비아가 경제위기로 라트화를 평가절하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라트비아에 거액을 투자한 스웨덴 금융권의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라트비아의 부실이 스웨덴으로 전이될 수 있는 만큼 유동성을 미리 확보해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발트해 인근 국가에 많은 대출을 해 준 시중은행에 대한 신용보강 차원에서 ECB로부터 대출조치를 취했다"며 "이번 차관으로 중앙은행은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스웨덴 은행들이 금융위기 여파로 올해와 내년에 160억유로의 손실을 볼 것이라며 손실 대부분이 발트해 국가 등 동유럽 국가에 대한 대출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루이 룬드베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연구원은 "'평가절하'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라트비아와 관련된 북구 경제권에 불안감을 키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라트비아는 지난해 12월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75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은 바 있다.

최근까지 안정적 금융시스템과 잘 갖춰진 사회안전망 등으로 새로운 경제모델의 모범으로 거론됐던 '노르딕 모델'이 인구 230만명의 동유럽 소국 라트비아발 위기의 유탄을 맞아 응급실로 실려가는 처지에 몰린 셈이다. 이처럼 라트비아발 경제위기가 전 유럽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그동안 유로화를 사용하는 16개 국가 이외에는 개입을 자제하던 ECB도 크로나화를 사용하는 스웨덴에 전격 지원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루비니 교수는 '라트비아 외환위기,아르헨티나 닮아가나'라는 FT 기고에서 "현재의 라트비아 상황은 심각한 경기후퇴와 갑작스런 외국자본 이탈,그로 인한 대외부채의 악화라는 과거 아르헨티나가 겪은 상황과 비슷하다"며 "라트비아가 의도적인 평가절하 방지에 나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