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 '뉴 RX450h'는 세단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RX 시리즈의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가솔린 모델인 RX350이 지난 2월 3세대 모델인 '뉴 RX350'으로 교체된 것에 맞춰 기존 RX400h도 뉴 RX450h로 업그레이드돼 4월부터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다.

운전석에 올라 시동 버튼을 누르니 계기판에 불이 들어 왔다. 그런데 시동 걸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시동이 안 걸린 것으로 판단하고 버튼을 다시 눌렀다. 역시 아무 소리도 없었다. 알고 보니 애초부터 시동은 걸려 있었다. 전기모터만 켜지기 때문에 시동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가속페달을 밟아 봤다. 차는 부드럽게 나갔다. 급발진 · 급가속만 하지 않으면 속도가 시속 70~80㎞까지 올라가도 엔진음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일정 정도 속도까지는 모터로만 주행하다가 추가로 가속할 때만 엔진이 돌기 때문이다. 교통신호를 기다리며 정차하고 있어도 실내는 시동을 끈 듯 조용해졌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가솔린 엔진은 물론 전기모터도 가동을 멈춘다.

종합적으로 말해 뉴 RX450h는 RX350은 물론 렉서스의 다른 세단들보다 훨씬 더 조용하다는 것이 강점이었다. 렉서스의 최대 특징인 정숙성이 RX450h에서 더욱 잘 구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솔린 엔진과 모터를 함께 사용하다 보니 자연히 연료효율도 높았다. 고속도로와 일반도로 운행을 병행하면서 나흘간 시승한 후 계기판을 통해 실제 연비를 보니 11.8㎞/ℓ가 나타났다. 공인연비는 16.4㎞/ℓ로 국산 경차 수준이다.

편의 사양은 뉴 RX350과 거의 같았다. 내장 내비게이션 높이가 다른 차들보다 10㎝ 정도 높은 점이 눈길을 끌었다. 운전자 시야를 최대한 정면으로 유지하기 위한 배치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운전석 옆에 '리모트 터치 컨트롤'을 통해 마치 컴퓨터 마우스를 조작하듯 내비게이션 등을 작동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 화면에 '에너지 모니터'를 띄우면 운전하는 순간마다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의 가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기능이 있어 쏠쏠한 재미를 줬다. BMW 차량처럼 '헤드 업 디스플레이'가 있어 전면 유리창을 통해 주행속도,지도 등 각종 정보를 볼 수 있는 점도 편리하다.

비싼 가격은 단점이다. 일반형은 8740만원,고급형은 9480만원이다. 뉴 RX350(각각 7370만원과 7770만원)보다 1370만원과 1710만원이나 가격이 비싸다. 다만 내달부터는 하이브리드카에 대해 정부 보조금이 지급될 것으로 예정돼 있어 이달보다 최대 240만원 저렴하게 이 차를 구입할 수 있게 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