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구의원들 박봉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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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성과금이 있습니까? 퇴직금이 있습니까? 지금 의정비는 노동부에서 규정한 4인 가족 기준 평균 임금도 안 됩니다. "(박준식 서울 금천구의회 의장)
지난달 22일 서울행정법원은 도봉 · 양천 · 금천구 의원들에게 과다하게 지급한 의정비(월급)를 돌려받으라며 지역 주민들이 각 구청장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해당 자치구 의원들은 법원의 판결이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라며 지난 4~5일 각각 법원에 항소했다. 의정비 결정 과정에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이미 받은 것을 다시 내놓으라는 것은 지나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해당 자치구 의원들은 항소의 이유로 명목상 지방자치제도를 내세우고 있다. 적법한 심의위원회를 통해 결정한 조례를 바탕으로 지급된 의정비를 환수조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문제는 다른 데 있는 듯하다. 최근 의정비 인상 논란에 대해 박준식 의장은 "다들 대학원까지 나온 고급 인력인데 처우가 너무 박한 것 같다"며 "(대부분 의원들이) 제대로 월급 준다고 해서 잘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왔는데 도둑놈으로 몰리고 있어 억울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마디로 '급에 맞는 대우를 해 달라'는 것이다.
의정비 현실화에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구민들이 만족할 만한 의정활동을 하기만 한다면 그들이 받은 5280만원(금천구)~5700만원(도봉구)의 의정비도 결코 '과다 지급'한 것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해 양천구 의회가 입법 발의한 조례는 전체 조례의 12%인 5건에 불과했다. 도봉구 의회 의원들도 전체 조례 60건 중 13건만 발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너스와 퇴직금도 없는데 이 정도 받는 게 뭐가 문제냐"는 말을 할 수 있는 의원들의 배짱이 놀라울 따름이다.
구의원직이 결코 개인의 출세나 성공을 위한 자리일 수는 없다. 지역 주민들이 이들을 구의원으로 뽑아준 것은 그들이 대학원까지 나온 고급 인력이어서가 아니라 구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할 것을 기대해서다. 평생을 초가에 살며 헌옷을 입었던 황희 정승과 같은 삶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많든 적든 월급만큼의 '밥값'은 하기 바랄 뿐이다.
이재철 사회부 기자 eesang69@hankyung.com
지난달 22일 서울행정법원은 도봉 · 양천 · 금천구 의원들에게 과다하게 지급한 의정비(월급)를 돌려받으라며 지역 주민들이 각 구청장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해당 자치구 의원들은 법원의 판결이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라며 지난 4~5일 각각 법원에 항소했다. 의정비 결정 과정에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이미 받은 것을 다시 내놓으라는 것은 지나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해당 자치구 의원들은 항소의 이유로 명목상 지방자치제도를 내세우고 있다. 적법한 심의위원회를 통해 결정한 조례를 바탕으로 지급된 의정비를 환수조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문제는 다른 데 있는 듯하다. 최근 의정비 인상 논란에 대해 박준식 의장은 "다들 대학원까지 나온 고급 인력인데 처우가 너무 박한 것 같다"며 "(대부분 의원들이) 제대로 월급 준다고 해서 잘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왔는데 도둑놈으로 몰리고 있어 억울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마디로 '급에 맞는 대우를 해 달라'는 것이다.
의정비 현실화에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구민들이 만족할 만한 의정활동을 하기만 한다면 그들이 받은 5280만원(금천구)~5700만원(도봉구)의 의정비도 결코 '과다 지급'한 것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해 양천구 의회가 입법 발의한 조례는 전체 조례의 12%인 5건에 불과했다. 도봉구 의회 의원들도 전체 조례 60건 중 13건만 발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너스와 퇴직금도 없는데 이 정도 받는 게 뭐가 문제냐"는 말을 할 수 있는 의원들의 배짱이 놀라울 따름이다.
구의원직이 결코 개인의 출세나 성공을 위한 자리일 수는 없다. 지역 주민들이 이들을 구의원으로 뽑아준 것은 그들이 대학원까지 나온 고급 인력이어서가 아니라 구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할 것을 기대해서다. 평생을 초가에 살며 헌옷을 입었던 황희 정승과 같은 삶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많든 적든 월급만큼의 '밥값'은 하기 바랄 뿐이다.
이재철 사회부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