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소위 성장이라는 것을 경험한 것은 200년 남짓이다. 그 이전에는 모든 것이 개인이 들이는 노력의 합에 불과했다.

산업혁명을 계기로, 또 개인들이 모여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조직인 회사가 출현하면서 인류는 눈에 띄는 성장을 시현하기 시작했다. 19, 20세기 놀라운 성장을 경험한 인류는 그러나 그 놀라운 생산성과 발전 덕분에 오히려 공급 과잉에 빠졌다.

21세기 들면서 전 세계가 성장 드라이브를 건 데는 이런 연유가 있다. 나라나 회사나 개인이나 모두 어떻게 하면 계속 성장할 것인가를 화두로 삼았다.

짧은 경제성장의 역사에서 주인공은 나라도 아니었고,개인도 아니었고,업종도 아니었다. 눈에 띄는 놀라운 성장은 대부분 기업이 이끌었다. 기존 업종의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업역(業域)을 만들어낸 혁신 기업들이 주도했다. 기존 업의 영역을 넘어 새로운 업역을 만들어낸 기업들을 우리는 블루오션 개척자라고 부른다.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의미에서, 또 이전 업종에서 상식화한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다.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최근의 블루오션은 단연 닌텐도다. 닌텐도는 가정용 게임기 '위(Wii)'로 저물어가던 게임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2006년 출시 이후 세계에서 5000만대를 팔았다. 닌텐도를 통해 배울 것은 참으로 많지만 진정 중요한 것은 어떻게 기존의 업역을 넘어 이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한 고객까지 흡수할 수 있었느냐 하는 점이다.

기존의 업역을 깨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고객집단을 넘어서는 새로운 집단을 개척해야 한다. '블루오션 전략'에서는 이를 비고객(non-customer)집단이라고 부른다. 우리 업종 저 너머에 있는 사람이요,우리 회사 상품이나 서비스보다 다른 것을 더 가치있게 생각하는 사람이며,다른 경쟁사들이 전혀 관심을 두고 있지 않는 사람들이다.

닌텐도가 찾아낸 비고객은 누구인가.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부모들,바쁜 직장인들,금방 시들해하는 아이들,그리고 일반인 중에서 게임을 '조작이 번거롭고 복잡하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비싸며 남들과 같이 하기 창피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다. 이런 비고객을 면밀히 관찰해 내놓은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쌍방향 게임기'가 '위'인 것이다. '일본의 블루오션 전략' 저자인 이케카미 주스케는 "새로운 고객을 개척하고,신시장을 창출한 점 말고도 제품 개발에서부터 출시에 이르기까지 블루오션 전략을 실제로 구현한 전형적인 사례"라고 평하고 있다.

경제위기 시대를 흔히 부의 재편 시대라고들 한다.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성공을 거둔 회사와 개인들이 많이 나타난다는 점에서다. 지금이 바로 그 시기인데,과연 새로운 스타 기업들이 얼마나 나타날지 걱정이다. 10년 전 벤처 붐 같은 열풍도 없고,정부가 성장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느낌도 없다.

결국 내 시장,내 고객을 넘어서는 눈을 가진 경영자가 나타나야 한다. "비고객들은 왜 우리 제품을 안쓸까"라는 화두를 들고 헤매다니는 혁신 경영자가 많아야 한다. 게임기 판매가 부진했던 시절,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게임보다 휴대폰 문자 전송을 더 좋아하는 아이들을 뚫어지게 관찰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가 게임계의 스필버그라고 불리는 미야모토 시게루 닌텐도 전무다.

권영설 <한경 아카데미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