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교 <서울대 교수ㆍ경영학>

지난 1일 101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GM이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1908년 설립 이후 34개국에 퍼져 있는 자동차 생산기지에 총임직원 숫자가 24만명에 달할 정도로 성장해온 GM이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한 차량의 숫자만 무려 835만대에 달하는 거대공룡인 GM이기에 더욱 놀랍기만 하다.

대체 무엇이 거대 공룡 GM의 파산을 가져온 것일까. 최근의 범세계적 금융위기에 따른 재무위기가 결정타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최근의 재무위기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GM의 파산 뒤에는 지난 30여 년간 벌어진 전략적 실수가 결집돼 있다.

GM의 결정적 실수는 시장변화 및 고객욕구에 대한 대응의 실패다. 지난 수십년간 GM의 시장점유율은 지속적인 감소추세를 밟아왔는데,이에 대해 GM은 본질적인 해법이 아닌 반창고를 붙이는 식의 해법만으로 대응해 왔다.

GM의 파산을 가져온 씨앗은 1970년대의 오일쇼크와 일본 자동차 기업의 약진이었다. 계속된 고유가 추세는 시장과 고객으로 하여금 연료효율이 높은 차량을 강하게 선호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경쟁자는 소형차 등 연비가 높은 차량의 개발에 노력해 왔으나,GM은 SUV 등 중대형 차량을 고집해 왔다. 1980년대에 많은 고객과 전문가들이 일본 차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고 지적할 때,품질개선 혹은 더 나은 품질의 신차량 개발을 위한 총체적 노력보다는 비용절감을 위해 설비자동화에 800억달러를 지출하는 우를 범했다.

해마다 다양한 조사를 통해 일본 자동차에 비해 디자인 측면에서 열세라고 대부분의 고객들이 지각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디자인 측면에서의 결정적인 개선노력 또한 실현된 바 없다. 오히려 시장점유율의 하락을 가져온 결정적 요소인 품질,연비,디자인,애프터서비스 측면에서의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기보다는 단순하게 상품의 숫자와 폭의 증가를 통해 시장점유율의 회복을 꾀하는 미봉책만을 추진했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및 시장개척 상 효율성 제고를 위해 BMW 등 경쟁자들이 상품라인을 단순화시키고 있을 때,GM은 계속적으로 상품라인을 증가시켜 8개의 브랜드 아래 총 60가지 차량을 판매했던 것이다.

1등이 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1950년대 초에 발표된 S&P 500에 포함된 기업 중 1990년대 말의 S&P 500 리스트에 포함돼 있는 기업이 16.2%에 불과하다는 것을 상기하자.1등을 지키는 것은 더욱 어려운 것이다. 일단 주어진 시장에서 1등이 되면 많은 기업들은 스스로 그동안 1등을 가능케 했던 규칙을 깨는 것을 회피하게 된다. 규칙을 깨는 새로운 변화의 시도는 내외부적 긴장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즉 과거전략에 대한 관성이 강화되고 새로운 변화 혹은 혁신에 대한 저항이 증가하게 된다. GM은 시장점유율의 지속적인 하락을 가져오는 핵심요인에 대한 결정적 해법과 그로 인한 변화를 회피하고 미봉책만을 도입한 결과,2007년에 이르러 세계 1위의 자동차회사라는 자리를 도요타에 빼앗기고 파산신청이라는 악몽의 순간에 접하게 된 것이다.

GM 파산신청은 단순한 재무적 실패가 아니다. 장기적 전략의 실패이다. 유가가 갤런당 1.5달러에 불과했던 8년 전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을 시작해 올 6월 한 달 동안에만 100여만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판매한 도요타를 보자.남들이 시작할 때는 늦다. 남들이 시작하기 전 장기적 관점에서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환경변화에 대한 무감각 혹은 무대응,변화에 대한 부적응,그리고 장기적 전략의 부재 속에서의 단기적 미봉책만의 추구가 오늘날 GM의 파산신청을 가져온 독약이었던 것이다. 현대 · 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메이커가 배워야 할 점은 분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