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중동 국부펀드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투자공사(ADIC)가 한국 기업에 3년 이상 장기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알렉상드르 카레 드 말베르그 ADIC 투자은행(IB) 대표는 5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한국 기업에 최소 3년 이상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DIC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ADIA)과 함께 아랍에미리트를 대표하는 국부펀드 중 하나인 '아부다비투자위원회'의 해외투자 전문 자회사이다. 말베르그 대표는 국내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올 투자매물 등을 중동과 북아프리카 투자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아부다비 투자사절단과 함께 방한했다.

말베르그 대표는 "중동의 투자자들이 빠르게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며 "이번 방문은 그 관심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규모를 구체적으로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투자자들에게 이익이 된다면 규모를 크게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 3년 이상 한국 기업에 투자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번 양해각서(MOU) 체결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번 방문기간 중에 산업은행이 소개해주는 한국전력 두산중공업 STX 등의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투자대상에 대해서도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말베르그 대표는 "개별 기업은 물론 한국증시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고 부동산에 대한 투자 역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이익이 날 수 있는 분야라면 어디든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ADIC는 한국의 산은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국영기관으로 아부다비 정부 역시 5년 내에 민영화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산은 민영화가 좋은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날 KOTRA와 산은은 ADIC와 산업 및 기업 관련 정보의 교류와 투자협력 등을 골자로 한 3자 MOU를 체결했다. 중동 오일머니와 국내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올 투자매물을 연계해 대형 외국인 직접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앞으로 이들은 인프라,공기업 민영화,천연자원 등의 투자 프로젝트 및 주요 산업관련 정보를 공유할 예정이다.

한편 MOU 체결에 앞서 진행된 VIP간담회에서 나세르 알수와이디 아부다비 경제개발부 장관은 조환익 KOTRA 사장에게 "내년 초 한국의 중견 기업 50개 정도가 아부다비에 와서 현지 투자설명회를 가져 달라"고 요청했다. 조 사장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경제위기 이후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투자매력이 훨씬 높아진 한국에 아부다비 국부펀드의 더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고 답변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