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제주도에서 열린 한 · 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첫날 한식으로 만찬을 대접했고,관례를 깨고 다음 날 오찬도 한식으로 준비했다고 한다. 건배주는 '매취순'으로 하고 만찬주는 '설화'와 제주 소주인 '허벅술'을 제공했다고 한다. 허벅이란 옛날 제주에서 식수를 길러 다닐 때 사용하던 주둥이는 좁고 배가 불룩한 전통옹기를 말한다. 술을 담던 허벅에서 허벅술이란 이름을 따왔고,그 모양을 본떠서 술병을 만들었다고 한다. 허벅술은 쌀보리와 현미를 한라산 알칼리성 화산 암반수로 빚어 숙성시킨 알코올 농도 35도의 증류식 소주인데 잘 숙성된 위스키처럼 부드럽다.

만찬 파티 사진을 보니 한국술을 와인잔에 따라 건배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한국 술의 향을 음미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오찬주는 '맛있는 배로 빚은 술'이었다. 지난해 배가 풍작으로 값이 폭락하자 농가를 돕는 차원에서 배상면주가가 배술을 만들었다. 좋은 일 하는 술을 오찬주로 선정한 것이다. 건배주나 만찬주 중 한 가지만 전통술로 하고 나머지는 와인으로 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인데,이것을 깬 것을 보면 정부가 한식 세계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는 한식을 이런 식으로 알리지만 업계는 다른 방법으로 노력해야 한다.

나는 미국에서 스테이크하우스 브랜드를 도입해 10년간 비싼 로열티를 주면서 운영한 경험이 있다. 이제는 그 반대로 하고 싶은 꿈이 있다. 내가 꿈꾸는 한식의 세계화는 많은 한식당들이 피자헛처럼 세계 여러 나라에 진출해 세계인들에게 사랑받고 매장 수가 늘어 거액의 초기 가맹비 수입과 러닝 로열티 수입을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김치,된장,한국술,조리기구,식기,요리사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버는 것이다. 작년 일본 기업이 운영하는 규가쿠(牛角)란 불고기(燒肉)식당이 미국에 진출해 비빔밥,김치 같은 한국음식을 서비스하며 성공하는 것을 보고 기분이 씁쓸했다.

한식당 사업은 외식업 겸 라이선스업이다. 최근 도산한 GM이 상징하는 것처럼 미국은 더 이상 제조업 강국이 아니라 첨단 기술과 브랜드로 로열티를 받는 라이선스 강국이다. 미국은 컴퓨터 칩 외 맥도날드 같은 브랜드 사용료,운영 노하우,레시피를 제공해주고 거액의 초기 가맹비와 러닝 로열티 수입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인다. 하루빨리 한식 브랜드의 세계적 성공모델이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에서 사랑받는 명품 브랜드가 돼야 한다. 그리고 브랜드,상품,디자인,외국어가 능통한 인력,풍부한 자금력,좋은 파트너를 찾기 위한 국제적인 인적 네트워크 등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만약 한국에서 대표적인 한식당으로 우뚝 서면 세계 곳곳에서 가맹점을 내겠다고 우리 문을 노크할 것이다. 그때 그들의 경험,자금,한식당에 대한 열정 등을 까다롭게 심사해 선정하는 것을 꿈꾼다.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