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시행령 바로잡았지만 '국고 손실'

잘못 손질한 세법 시행령 때문에 부동산 투자로 막대한 차익을 남긴 외국계 사모펀드(PEF)가 낸 수십억원의 세금을 되돌려줘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문제의 시행령(법인세법 시행령 제132조 제10항)은 이후 효력을 갖도록 보완됐지만, 과세가 취소된 50억원은 고스란히 국고 손실로 남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이경구 부장판사)는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운용하는 5개 PEF가 서울 종로구의 빌딩을 매각해 거둔 130억원의 차익에 50억원의 세금을 부과한 것이 부당하다며 종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들 PEF가 빌딩 인수를 위해 말레이시아에 공동 설립한 신탁회사가 탈세 목적의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과세 근거가 된 외국법인의 양도소득에 관한 법인세법 '시행령'이 법률이 정한 것 이상으로 과세 범위를 확대했다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여 법인세 부과처분이 무효라고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법인세법은 과세할 수 있는 외국법인의 출자지분 양도소득의 요건을 자산비율, 주식소유비율, 주식양도비율 등 3가지로 규정하고 있는데 시행령에선 자산비율 요건만 갖추면 되는 것으로 과세 범위를 확장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설령 부당하다고 해도 대통령이 정한 시행령이 법률이 정한 과세 대상을 위임 규정도 없이 확장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어긋나 효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스톤 스트리트 리얼 에스테이트 펀드 등 5개 PEF는 조세회피지역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설립한 '머서Ⅱ'란 신탁회사를 통해 2000년 10월 종로구 은석빌딩을 인수했다 2003년 5월 매각해 130억원의 양도차익을 남겼지만 한·말레이시아 조세조약에 따라 거주지인 말레이시아에서만 과세한다는 이유로 법인세 신고를 하지 않았다.

이에 종로세무서는 머서Ⅱ가 탈세를 목적으로 설립된 페이퍼컴퍼니라며 양도소득의 실제 주체인 미국과 케이만아일랜드에 근거를 둔 5개 PEF를 상대로 50억원의 법인세를 부과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