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과 대상이 고추장의 매운 맛을 5단계로 등급화하는데 합의했지만, 계측단위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어 한국 고추장의 매운 맛을 한 눈에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추장 시장의 양대 산맥인 두 회사는 1일 고추장 맛을 ▲순한맛 ▲약간 매운맛 ▲보통 매운맛 ▲매운맛 ▲매우 매운맛 등 5단계로 나눠 제품의 용기에 표기하기로 했다.

그러나 CJ는 계측 단위로 스코빌 단위(SHU, Scoville Heat Unit)를, 대상은 PPM 단위를 고집하고 있어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CJ가 주장하는 스코빌 단위는 1912년 미국의 화학자인 윌버 스코빌이 개발한 지수로, 제품 총량 1kg당 함유된 캡사이신 성분의 양(㎎)에 15를 곱한 수치로 계산된다. 이 단위에 따르면 CJ 해찬들 태양초 골드 고추장의 경우 1100SHU로 측정되며, 보통 매운맛 수준이다.

대상이 내세우는 PPM은 고추장에 포함된 캡사이신 성분을 100만분의 1단위로 표시한 수치로, 매운맛의 실질적 함량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단위이다.

대상 측은 "스코빌 단위는 미주지역에서 주로 사용하는 단위로, 특정지역에 국한적이고 한국에 들어온 타바스코 소스 중 스코빌을 표기한 제품은 거의 없다"며 "고추장의 매운맛은 감칠맛과 짠맛, 신맛이 어우러진 독특한 맛이기 때문에 PPM을 적용하는 게 적합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CJ는 이에 대해 "매운 맛을 내는 단위가 SHU라는 단위가 없었으면 PPM을 썼겠지만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매운 '졸로키아 고추'도 백만 스코빌 이상이라는 표현을 쓴다"며 "미국의 핫소스 매장에서는 1000~1500SHU, 1500~2000SHU 등으로 매장진열 구성이 나눠져 있기까지 하다"고 반박했다.

두 회사는 한국 고추장의 세계화를 위해 한국식품연구원과 함께 공동으로 '매운맛 등급'에 관한 연구를 했다는데 의의를 두는 게 중요하다고 밝히면서도 계측단위에 대해서는 서로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CJ는 오는 8월부터 해찬들 고추장의 포장 디자인에 매운맛의 5단계 등급을 SHU로 표기할 계획이다.

대상은 "고추장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에게 서로 다른 계측 단위로 혼돈을 주는 것은 한국음식의 세계화에 어긋난다"며 "한국식품연구원, CJ제일제당과의 협의를 통해 의견이 통일될 때까지 제품 포장에 계측 단위를 넣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양사는 보통 매운맛을 나타내는 영어 단어로 CJ는 'Medium hot'을, 대상은 'moderate'로 표기해 혼돈을 주고 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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