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환차익 기대되면 외국자금 더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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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부쩍 높아진 지정학적 위험에도 불구,국내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 그 배경을 궁금해 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외국인이 해외에 투자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피셔의 통화가치를 감안한 국제 간 자금이론이다. 특히 요즘처럼 위기 극복 초기 금리 차와 환차익을 고려해 투자하는 시기에는 더 중시된다.
이 이론은 한 나라의 외자유입액은 수익률에서 금리와 환율변동분을 뺀 수치로 결정된다는 내용이다. 공식은 'm=rd-(re+e)'로 m은 외자유입액,rd는 투자대상국 수익률,re는 차입국 금리,e는 환율변동분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최근 국제 자금흐름에서 금리차이로 인해 이동하는 정도가 약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유동성 함정에 빠져 금리와 같은 가격변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데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모든 국가가 금리를 경쟁적으로 내려 국가 간 금리 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자금이동에서 환차익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투자대상국의 환율이 적정수준보다 높으면(저평가) 환차익이 기대돼 '외자유입→주가상승 · 환율하락→추가 외자유입'의 선순환이,반대로 낮으면(고평가) 환차손이 우려돼 '외자이탈→주가하락 · 환율상승→추가 외자이탈'이라는 악순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나라 통화 가치의 적정 수준을 파악하는 방법으로는 환율구조모형,경상수지균형모델,수출채산성 이론이 많이 활용된다. 우리에게는 수출채산성을 감안한 적정환율 수준이 많이 알려져 있다. 무역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수출기업들이 생각하는 적정환율은 달러당 1150원 내외로 나온다. 현재 환율이 125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투자할 경우 여전히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국내 외환시장의 여건상 10억달러 정도의 외자 초과 공급이 발생하면 원 · 달러 환율은 10원 정도 하락한다. 경상수지 등 다른 여건을 무시하고 외국인이 환차익을 기대해 원 · 달러 환율이 적정 수준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투자한다면 앞으로도 100억달러 내외의 외자가 더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더 주목되는 것은 초기 정책요인에 의해 풀리던 글로벌 유동성이 최근에는 시장요인에 의해 풀리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바닥론이 확산되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 경제주체들이 보유 자금을 시중에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글로벌 유동성 지표인 리보금리(런던 시중은행간 금리)는 0.6%대까지 하락하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이 풀리는 상황에선 투자자들도 위험자산과 위험투자 대상을 선호하는 경향(resort to risk)이 뚜렷해진다. 특히 중국의 조기 경기 회복에 따라 후광효과가 기대되는 아시아 신흥국으로 글로벌 자금이 많이 몰리고 있다. 5월 말 현재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예산 집행률은 35% 수준에 불과하다. 이달부터는 잔여 예산을 본격적으로 집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 등 원유수입국 입장에서는 유가와 글로벌 자금유입 간 선순환 효과인 '황금룰(golden rule)'의 형성 여부도 외자유입에서 주목해야 하는 변수다. 대체로 배럴당 110달러 정도까지는 유가가 상승하면 글로벌 자금이 아시아 신흥국에 유입된다. 유가 상승은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을 들게 하고,유가 상승에 따라 풍부해진 중동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한 국부펀드가 이들 지역에 투자를 늘리기 때문이다.
정부의 환율정책은 국내 증시에 글로벌 자금이 계속 들어올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최후의 변수다. 이에 대해 외국인들은 한국 경제도 이제는 내수를 확대해야 하는 데다 유가 상승과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플레를 안정시켜야 할 한국 정부로서는 환율 하락을 용인하는 것이 올바른 외환정책 방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이후 환율 하락이 너무 빠른 점을 감안,앞으로 2~3개월은 시장 개입이 예상되지만 궁극적으로 환율이 더 내려갈 것이란 게 외국인들의 시각이다.
결국 북한의 2차 핵실험에도 계속되는 외자 유입세가 당분간 지속되면서 추가 주가상승 등의 기대는 높아지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외자교란에 따른 부작용을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도 동시에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외국인이 해외에 투자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피셔의 통화가치를 감안한 국제 간 자금이론이다. 특히 요즘처럼 위기 극복 초기 금리 차와 환차익을 고려해 투자하는 시기에는 더 중시된다.
이 이론은 한 나라의 외자유입액은 수익률에서 금리와 환율변동분을 뺀 수치로 결정된다는 내용이다. 공식은 'm=rd-(re+e)'로 m은 외자유입액,rd는 투자대상국 수익률,re는 차입국 금리,e는 환율변동분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최근 국제 자금흐름에서 금리차이로 인해 이동하는 정도가 약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유동성 함정에 빠져 금리와 같은 가격변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데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모든 국가가 금리를 경쟁적으로 내려 국가 간 금리 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자금이동에서 환차익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투자대상국의 환율이 적정수준보다 높으면(저평가) 환차익이 기대돼 '외자유입→주가상승 · 환율하락→추가 외자유입'의 선순환이,반대로 낮으면(고평가) 환차손이 우려돼 '외자이탈→주가하락 · 환율상승→추가 외자이탈'이라는 악순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나라 통화 가치의 적정 수준을 파악하는 방법으로는 환율구조모형,경상수지균형모델,수출채산성 이론이 많이 활용된다. 우리에게는 수출채산성을 감안한 적정환율 수준이 많이 알려져 있다. 무역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수출기업들이 생각하는 적정환율은 달러당 1150원 내외로 나온다. 현재 환율이 125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투자할 경우 여전히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국내 외환시장의 여건상 10억달러 정도의 외자 초과 공급이 발생하면 원 · 달러 환율은 10원 정도 하락한다. 경상수지 등 다른 여건을 무시하고 외국인이 환차익을 기대해 원 · 달러 환율이 적정 수준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투자한다면 앞으로도 100억달러 내외의 외자가 더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더 주목되는 것은 초기 정책요인에 의해 풀리던 글로벌 유동성이 최근에는 시장요인에 의해 풀리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바닥론이 확산되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 경제주체들이 보유 자금을 시중에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글로벌 유동성 지표인 리보금리(런던 시중은행간 금리)는 0.6%대까지 하락하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이 풀리는 상황에선 투자자들도 위험자산과 위험투자 대상을 선호하는 경향(resort to risk)이 뚜렷해진다. 특히 중국의 조기 경기 회복에 따라 후광효과가 기대되는 아시아 신흥국으로 글로벌 자금이 많이 몰리고 있다. 5월 말 현재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예산 집행률은 35% 수준에 불과하다. 이달부터는 잔여 예산을 본격적으로 집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 등 원유수입국 입장에서는 유가와 글로벌 자금유입 간 선순환 효과인 '황금룰(golden rule)'의 형성 여부도 외자유입에서 주목해야 하는 변수다. 대체로 배럴당 110달러 정도까지는 유가가 상승하면 글로벌 자금이 아시아 신흥국에 유입된다. 유가 상승은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을 들게 하고,유가 상승에 따라 풍부해진 중동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한 국부펀드가 이들 지역에 투자를 늘리기 때문이다.
정부의 환율정책은 국내 증시에 글로벌 자금이 계속 들어올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최후의 변수다. 이에 대해 외국인들은 한국 경제도 이제는 내수를 확대해야 하는 데다 유가 상승과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플레를 안정시켜야 할 한국 정부로서는 환율 하락을 용인하는 것이 올바른 외환정책 방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이후 환율 하락이 너무 빠른 점을 감안,앞으로 2~3개월은 시장 개입이 예상되지만 궁극적으로 환율이 더 내려갈 것이란 게 외국인들의 시각이다.
결국 북한의 2차 핵실험에도 계속되는 외자 유입세가 당분간 지속되면서 추가 주가상승 등의 기대는 높아지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외자교란에 따른 부작용을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도 동시에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