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BizⓝCEO 기획특별판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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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기업들엔 그들만의'필살기'가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그늘 속에서도 시장지배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는 강소기업들의 공통점은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품질'을 실현했다는 점이다. 흔히 20세기가 '생산성'의 시대라면 21세기는 '품질'의 시대라고 말한다. 상품이 '필요해서' 사는 게 아니라 '좋아서' 사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은 당연히 '더 나은' '더 우수한' 상품,즉 '품질'이 선택의 잣대다. 이에 따라 각 기업은 제품뿐만 아니라 경영 전반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정비와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다. 또 정부와 민간 컨설팅업체들은 품질경영을 널리 알리기 위해 각종 포상 및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무선 사업부는 '세상에 없는 새로운 제품을 가장 먼저 만들고(World First),이미 있는 제품이라면 가장 좋게 만든다(World Best)'는 목표를 세우고 애니콜을 세계적 브랜드로 키웠다. 삼성전자처럼 '고객이 만족하지 않는 제품은 만들지 않겠다'는 품질경영의 기본원칙을 세우고,품질을 높이기 위한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한 기업들이 세계 일류제품을 만들었다. 해외에서도 품질경영에 대한 관심은 높다. 기업의 품질경영이 국가 전반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국가품질개선법을 근거로 '말콤볼드리지(MB모델) 국가품질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과학기술연맹과 유럽품질재단도 각각 '데밍상'과 '유럽품질상'으로 기업의 품질경영을 독려하고 있다. 품질경영은 산업의 쌀과 같다. 윤리경영,환경경영,브랜드경영의 밑바탕에는 품질경영이 있다. 초기에는 제품 결함을 없애자는 취지의 품질경영이 주목을 받았지만 최근엔 경영전반에 걸친 혁신기법으로 품질경영이 강조되고 있다.

예를 들어 불량률을 줄이는 '제로 디펙트(Zero Defect)' 차원의 품질관리 개념에서 궁극적인 '가치창출(Value Creation)'의 방편으로 품질경영의 의미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품질경영을 도입하는 곳도 제조업체에서 서비스 기업,관공서,의료기관,심지어 교육기관 등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국내 기업이 품질경영에 더욱 신경을 써야하는 이유는 교역 조건의 악화를 들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이 명품(名品)급의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아시아 후발국들의 견제로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품질은 유럽 · 일본,가격은 중국 수준'을 요구받아 온 우리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은 이미 유로 · 엔 ·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강세로 적신호가 켜졌다. 품질경영은 생산라인에서 무작위로 골라낸 제품을 검사하고,시장조사를 통해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는 수준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런 협의의 개념은 오래 전에 뛰어넘었다. 서비스와 프로세스의 영역에서 품질을 개선하고 더 나아가 고객의 요구를 예상해 이를 제품에 구현하는 것까지 품질경영의 외연은 확대되고 있다. 또 리더십 · 전략기획 · 인력관리 등 경영 전반에 품질경영의 개념이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품질경영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생산직 노동자,고객접점 부서,노동조합 등 전사를 망라한다. 특히 최고경영자의 품질경영 의지와 실천노력은 핵심요소로 꼽힌다.

대표적 품질경영 이론인 '6시그마'가 '생산 공정상의 무결함운동'에서 시작해 '인간사고'의 범주로까지 승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특히 중소기업들에 있어 품질경쟁력은 가격경쟁력과 함께 글로벌 무한경쟁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는 버팀목이자 생명줄이다. 추월당하지 않으려면 앞선 기술과 품질경쟁력을 유지해야한다. 적잖은 중소 · 중견기업들이 제품의 불량률을 100만개 당 10개 이하,즉 한 자릿수로 관리하기 위해 전사적 차원에서 싱글PPM(Single Parts Per Million) 품질혁신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품질경영은 이제 국민소득 1만~2만달러 시대 저가격 제품경쟁력의 패러다임을 3만달러 시대의 고품질 시장경쟁력 패러다임으로 이행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