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세관 당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대동소이하다. '신속'과 '안전' 사이의 조화가 그것이다. 신속에 중점을 두면 안전이 저해되고,안전에 치중하다보면 정상적인 물품의 흐름이 나빠져 기업 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 일종의 딜레마다.

9 · 11 테러 이후 각국의 세관당국은 행정역량의 중심을 신속에서 안전으로 옮겨놓았다. 근래 들어 중점 단속대상이 되는 물품의 범위가 전통적인 총기 · 마약류에서 식품 · 의약품 · 부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말라리아로 사망하는 환자 100명 중 20명은 가짜 치료제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가짜 분유가 유통돼 어린이가 사망하거나 위조 항공기 부품으로 인해 운항 중인 여객기가 추락하기도 한다.

이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각국 세관은 국경관리 방법을 속속 바꾸고 있다. 물건 하나하나를 꼼꼼히 검사하던 방식에서,그 물건을 수출하는 사람이나 기업의 신용도를 먼저 보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새로운 제도들이 도입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AEO'(Authorized Economy Operator)다. AEO란 '세관이 기업의 안전성을 인증하고,이들에 대해서는 자국뿐만 아니라 외국의 세관절차에서도 검사 생략 같은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로 정의할 수 있다.

이 제도는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 EU · 일본 · 중국 등 38개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4월,9개 기업이 처음으로 인증을 받았고,미국 · EU · 싱가포르와 상호인정협상을 진행 중이다.

MIT,스탠퍼드,버지니아대학의 공동연구 자료에 의하면 AEO제도의 도입으로 화물운송 시간이 29% 단축되고 불필요한 초과재고를 14% 줄일 수 있다. 화물 절도방지 효과도 37%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38개국과 상호인정협정을 맺을 경우 우리 기업의 물류비를 연간 1000억원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AEO인증은 4개 부문에 걸친 심도 있는 심사로 진행된다. △법규준수와 △내부통제시스템 △재무건전성 △안전관리 부문이 그것이다.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기업은 기존 시스템을 점검하고,보완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고 국제기준에 맞는 안전체제를 갖추게 된다.

AEO인증은 물류비용 절감과 같은 눈에 보이는 효과를 일차적으로 가져다주겠지만,보보다 더 큰 것은 수출입 안전과 관련한 기업의 대외신인도,기업가치,고객만족 같은 무형의 파급효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