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시민들이 서울광장에 분향소 설치를 강력히 요청하고 있어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23일 이후 시민들은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임시 분향소를 설치해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해왔다. 이후 이곳은 일반인들에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상징적인 분향소로 인식돼 하루에만 10만명의 추모객이 다녀갈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공간이 협소하고 주변을 경찰 버스로 막고 있어 추모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 시민들은 서울광장을 열어 분향소로 설치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서울광장이 가진 상징성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도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지난 24일 서울광장 사용을 관계당국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강희락 경찰청장은 25일 "서울광장에 대한 폐쇄조치를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강 청장은 '시민의 건전한 여가 선용과 문화활동 등 지원이라는 서울광장의 조성 목적에 맞지 않는다'며 광장사용을 허가하지 않은 서울시의 결정을 근거로 내세웠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와 경찰이 내세우는 근거가 명목상의 이유에 지나지 않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추모행사를 계기로 서울광장이 대규모 반정부 집회의 구심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실제 경찰은 지난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부터 '제2의 촛불 사태'를 우려해 서울광장을 경찰 버스로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4일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국민장으로 결정됨에 따라 상황이 달라졌다. 시는 기존의 '불허' 입장에서 한발짝 물러나 "노 전 대통령 장례식을 국민장으로 거행키로 결정한 만큼 정부 및 국민장 장의위원회 등과 협의해 (광장 사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시는 이어 "민주당의 서울광장 사용요청은 정당 차원의 추모행사 장소 사용을 요청해온 것이어서 행정적 회신(불가 통보)을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게다가 시가 영결식이 열리는 29일만이라도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할 것으로 전해져 서울광장에서 노 전 대통령 추모행사가 열릴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한 추모객은 "경찰 버스로 광장을 둘러치고 분향소도 설치 못하게 하는 것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냐"며 "서울광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장소인 만큼 노 대통령 추모행사도 서울광장에서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