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日 기업 "현장에 답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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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자동차 본사가 있는 도요타시에서 빠찡꼬(성인용 구슬게임) 체인점을 하는 쓰즈키 요이로 사장은 올초 도요타와 전화 통화를 하다가 불같이 화를 냈다. 도요타가 힘들다기에 이웃 기업으로서 '렉서스' 100대를 사줄 생각이었다. 그래서 영업담당자를 오라고 했더니 "감기에 걸려 몸이 안 좋으니 나중에 가겠다"는 말이 돌아왔던 것이다. 쓰즈키 사장은 "당신 선배들은 구두 밑창이 닳도록 뛰었다"는 훈계를 하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세계 최강'이라던 도요타가 2차 세계대전 후 최악의 실적을 낸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는 말들이 나온다. 세계 경기침체와 엔고라는 더블 펀치가 최대 요인이지만,지난 7~8년간 급성장 과정에서 오만해진 경영스타일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사상 최대 이익 경신에 자만해 현장중시나 '모노쓰쿠리(최고 제품 만들기)'에 대한 우직한 자세 등 '도요타다움'을 잃었다는 것이다.
과거 도요타는 엔지니어에게 '하루에 3번 손을 씻으라'고 교육했다. 하루에 3번은 현장에 나가서 자신이 설계한 자동차가 제대로 제조되고 있는지를 눈과 손으로 확인하라는 뜻이다. 도요타의 전통인 '현지현물(現地現物)주의'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말이 사라졌다. "회색 작업복을 입고 손에 기름때 묻힌 사원은 뒤로 밀린 반면 영어 잘하고,프레젠테이션이 장기인 사원만 대우받았기 때문이다. "(도요타 간부)
수렁에 빠진 도요타를 건져낼 사명을 띠고 내달 주주총회에서 사장에 취임할 창업가문 출신인 도요다 아키오 부사장이 입만 열면 '현장'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는 지난 1월 말 사장 내정이 발표된 회견에서 "위기극복의 모든 힌트와 해답은 현장에 있다"며 "차에 타 보고,판매 일선과 대화하고,땀 흘리는 생산현장을 보고,더 좋은 차를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곧바로 직속에 '내일의 도요타를 생각하는 모임'이란 프로젝트 팀을 만들어 위기극복 전략을 짜고 있다. 이 팀은 제조 판매 등 현장에서 뽑은 40대 젊은 간부들로 채워져 있다. 경영기획실의 책상머리가 아닌 현장에서 살아 있는 전략을 도출하겠다는 의도다. 그는 "자동차 성능이 얼마나 진화했는지 몸으로 느끼고 싶다"며 최근 24시간 자동차 국제레이스에 참가하기도 했다.
현장 복귀에 나선 건 도요타만이 아니다. 혼다는 기술연구소 사장이 본사 사장을 겸임하기로 했고,히타치는 현 사장보다 1년 선배이자 현장 경험이 풍부한 자회사 사장을 본사 부사장으로 불러 들였다. 모두 현장을 잘 아는 베테랑들을 전진 배치시킨 것이다. 불황 속에서도 호황을 구가하는 중저가 의류체인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사장이 말하는 경영신조 1조도 '현장 경영'이다. 틈만 나면 매장을 방문해 옷 진열방식까지 챙기는 그는 "경영은 현장과 현실에서 구체적인 것을 결정하는 것"이라며 "현장을 모르면 사장 자격이 없다"고 했다.
일본 기업들이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엔고 등 외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고통의 해법을 철저히 내부 현장에서 찾고 있다. 손 쓸 수 없는 외부 악재에 한숨 짓지 않고,내부 혁신으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기업들이 만만치 않은 이유다.
차병석 도쿄 특파원 chabs@hankyung.com
'세계 최강'이라던 도요타가 2차 세계대전 후 최악의 실적을 낸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는 말들이 나온다. 세계 경기침체와 엔고라는 더블 펀치가 최대 요인이지만,지난 7~8년간 급성장 과정에서 오만해진 경영스타일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사상 최대 이익 경신에 자만해 현장중시나 '모노쓰쿠리(최고 제품 만들기)'에 대한 우직한 자세 등 '도요타다움'을 잃었다는 것이다.
과거 도요타는 엔지니어에게 '하루에 3번 손을 씻으라'고 교육했다. 하루에 3번은 현장에 나가서 자신이 설계한 자동차가 제대로 제조되고 있는지를 눈과 손으로 확인하라는 뜻이다. 도요타의 전통인 '현지현물(現地現物)주의'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말이 사라졌다. "회색 작업복을 입고 손에 기름때 묻힌 사원은 뒤로 밀린 반면 영어 잘하고,프레젠테이션이 장기인 사원만 대우받았기 때문이다. "(도요타 간부)
수렁에 빠진 도요타를 건져낼 사명을 띠고 내달 주주총회에서 사장에 취임할 창업가문 출신인 도요다 아키오 부사장이 입만 열면 '현장'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는 지난 1월 말 사장 내정이 발표된 회견에서 "위기극복의 모든 힌트와 해답은 현장에 있다"며 "차에 타 보고,판매 일선과 대화하고,땀 흘리는 생산현장을 보고,더 좋은 차를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곧바로 직속에 '내일의 도요타를 생각하는 모임'이란 프로젝트 팀을 만들어 위기극복 전략을 짜고 있다. 이 팀은 제조 판매 등 현장에서 뽑은 40대 젊은 간부들로 채워져 있다. 경영기획실의 책상머리가 아닌 현장에서 살아 있는 전략을 도출하겠다는 의도다. 그는 "자동차 성능이 얼마나 진화했는지 몸으로 느끼고 싶다"며 최근 24시간 자동차 국제레이스에 참가하기도 했다.
현장 복귀에 나선 건 도요타만이 아니다. 혼다는 기술연구소 사장이 본사 사장을 겸임하기로 했고,히타치는 현 사장보다 1년 선배이자 현장 경험이 풍부한 자회사 사장을 본사 부사장으로 불러 들였다. 모두 현장을 잘 아는 베테랑들을 전진 배치시킨 것이다. 불황 속에서도 호황을 구가하는 중저가 의류체인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사장이 말하는 경영신조 1조도 '현장 경영'이다. 틈만 나면 매장을 방문해 옷 진열방식까지 챙기는 그는 "경영은 현장과 현실에서 구체적인 것을 결정하는 것"이라며 "현장을 모르면 사장 자격이 없다"고 했다.
일본 기업들이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엔고 등 외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고통의 해법을 철저히 내부 현장에서 찾고 있다. 손 쓸 수 없는 외부 악재에 한숨 짓지 않고,내부 혁신으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기업들이 만만치 않은 이유다.
차병석 도쿄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