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이 비상하지만 실수로 인해 점차 추락，밥을 먹지 못하고 요절한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몰락과 갑작스런 죽음을 예견한 책이 지난해 출간돼 관심을 끌고 있다. 정치학자이자 동양고전 전문가인 황태연 동국대 교수는 지난해 7월 출간한 '실증주역'(청계) 중 제36괘 지화명이(地火明夷 · 해가 진 어둠의 괘)를 해설한 부분(568쪽)에서 "어느 재야 역학자가 2002년 초에 노무현 대통령의 인생을 두고 점을 쳐 이 괘의 한 대목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 대목은 '해가 뜨고 지는 하루 중 이른 아침인데,날면서 날개를 드리우는 상이로다(明夷,于飛,垂其翼).군자가 집을 떠나 떠돌도다(君子于行).3일을 먹지 못하리로다(三日不食).떠나가 있는 곳에서 주인의 말씀을 들으리라(有攸往,主人有言)'는 내용이었다. (이상 황태연 교수 번역)

황 교수는 이 괘를 2002년 말에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고 글을 통해 밝혔다.

'인생운으로서는 의리상 밥을 먹지 못하고 정처 없이 떠돌며 고생하던 중에 마침내 제자리를 찾아 점차 하늘 높이 비상해 나라나 집단의 정상에 등극한다. 그러다가 참언자를 중용해 저지른 실수로 인해 점차 추락,밥을 굶을 정도로 고심하거나 밥을 먹지 못하고 요절한다. 사업운으로서는 일단 나아져 한동안 번창하지만,번영기에 뿌린 불행의 씨앗이나 참언을 듣고 저지른 범법의 실수로 인해 점차 몰락해 간다. 마침내 관청의 추적으로 이리저리 전전하고 허덕이다가 부도를 맞거나 폐업하게 된다. '

노 전 대통령의 행보는 예언과 너무나도 일치하고 있다. 1990년 3당 합당을 반대하며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대표와 결별했던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김대중 당시 아태평화재단 이사장과도 헤어져 꼬마 민주당에 잔류했다. 부산에서 두 번 낙선하는 등 의(義)를 위해 녹을 먹지 않고 전전했던 노 전 대통령은 '바보 노무현'을 연호하는 '노사모'와 '돼지저금통'의 열성적인 지원에 힘입어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을 통해 대선후보로 화려하게 등극했고 그해 말 대선에서도 승리해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386' 참언자들을 중용해 국정을 망치고 물러나 몰락한다. 끝내는 대통령 시절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고 23일 새벽 아침식사에 앞서 등산에 나섰다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황 교수는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책이 나올 때는 봉하마을에 관광 인파가 몰리던 시점이어서 노 전 대통령이 '몰락'이나 '곤궁'같은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을 때였다"고 말해 그의 몰락에 대한 예언이 기획된 것이 아님을 시사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