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경제사정이 나빠질수록 피임클리닉을 찾거나 낙태시술을 받는 여성들이 크게 늘고 있다.

21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경제침체로 여성들이 실직하거나 건강보험을 잃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임신 자체를 늦추거나 최소 5년 이상 장기 피임이 가능한 피임 시술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로 LA 내 몇몇 가족계획 크리닉과 여성 건강 에이전시에는 지난해보다 낙태비용에 대한 문의전화와 방문자가 크게 증가했다. 메리 제인 와글 LA 가족계획사무소장은 "관내 15개 가족계획 클리닉을 방문한 사람이 1년 전 대비 15% 증가했고, 5~10년의 장기 피임시술을 원하는 환자 수도 83% 늘었다"고 설명했다.

'낙태기금전국네트워크'의 스테파니 퍼기 사무국장도 "경제상황이 확실히 영향이 있다"며 "우리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州) 오클랜드의 빈민여성 출산지원단체인 '액세스' 역시 낙태 상담전화가 지난해보다 약 12% 증가했다. 단체장 데스티니 로페즈는 "경제상황이 좋다면 여성들이 둘째, 셋째 아이를 갖겠지만, 지금은 실직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그럴 수 없다"며 "여성들은 지금이 임신을 해야 하는 타이밍인지 아닌지에 대해 정말로 힘든 결정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리서치 전문업체 갤럽이 미국 산과 및 부인과학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부 10쌍 중 1쌍은 경제침체로 인해 임신을 미룬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5명 중 1명은 의도하지 않은 아이가 생길까봐 우려하고 있으며, 이들 모두는 피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신문은 이미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임산부들이 낙태비용을 마련하기 힘들어 시술이 늦어져 낙태비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신 3개월까지의 낙태비용은 약 450달러 수준이지만, 3~6개월은 1200달러가 든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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