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조각(Kinetic Sculpture)'이라는 새로운 예술장르를 개척한 테오 얀센(Theo Jansen · 61)이 21일 한국을 찾았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가 주최하는 초대형 조형물 설치 프로젝트 '뮤지엄 비욘드 뮤지엄'의 첫 번째 전시(7월3일~9월30일)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네덜란드 출신의 얀센은 예술과 공학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1980년대 이후 유럽의 조형예술을 주도해 온 작가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초기에 회화 작업을 하다가 1980년 후반부터 설치미술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얀센은 모든 생물이 단백질로 구성된 데 착안해 '단백질 덩어리'인 플라스틱 튜브를 기본 재료로 조형작품을 만들고 있다.

예전에는 호스,빈페트병,접착 테이프,나일론 끈,와인병의 코르크 등 비교적 가벼우면서 구하기 쉬운 재료를 함께 활용했지만 최근에는 플라스틱 튜브만을 사용해 물체를 제작한 뒤 바람을 동력 삼아 스스로 움직이게 한다. 얀센이 그동안 진득하게 붙잡고 있는 주제는 '혁신과 진화'다. 세계적인 자동차회사 BMW가 2006년 혁신과 테크롤로지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얀센의 작품을 남아프리카공화국 TV광고에 사용하기도 했다.

얀센은 자신이 제작한 조형물을 유기체라고 규정한다. "제가 제작한 모든 생물체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먹고 살아요. 생물이 진화하는 과정을 작품으로 보여주는데 물론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기술자라기보다는 예술과 기술의 차이를 모르는 에스키모인과 같다고나 할까요. "

그동안 그는 공학적 연구와 예술적 상상력으로 만들어 낸 거대한 '해변동물'시리즈에서 출발,소음과 공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제시한 작품시리즈 등 모두 25점의 획기적인 작품을 내놨다.

"앞으로 인공 생물체가 스스로 보다 복잡한 상황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일종의 뇌와 신경계,근육 등 한층 진화된 형태의 동물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동물 내부에 사람도 태울 수 있도록 할 겁니다. "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최근작 '해변동물'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탁월한 예술못지 않게 공학적으로도 상당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는 작품이다. 플라스틱 튜브로 연결된 구조물은 수많은 패트병 속에 바람을 담아뒀다가 그것이 뿜어내는 힘을 이용해 동력을 얻어 마치 생물체처럼 정교한 움직임을 보인다.

"예술과 공학의 경계는 오로지 우리 마음 속에만 존재합니다. 미술사에 새로운 개념과 비전을 제시하는 게 제 일입니다. "

유엔환경계획(UNEP)은 오는 7월 얀센의 작업에 생태와 신에너지 등 요소가 많아 그 이름을 딴 상도 제정,그를 첫 수상자로 시상할 예정이다.

'뮤지엄 비온드 뮤지엄'프로젝트는 오는 7월3일부터 2010년 7월까지 1년 동안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세워질 높이 10m 넓이 1800㎡ 규모의 특설 야외전시관에서 진행된다. 이번 행사에는 '현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리우는 얀센을 비롯해 데미안 허스트,일본 애니메이션의 전설인 데스카 오사무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 10명의 초대형 설치 작품들이 1년 동안 릴레이 형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02)720-102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