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물연대 사태 이후 폭력 시위에 대한 정부의 대응 의지가 어느 때보다 결연하다. 정부 각 부처와 검찰 및 경찰이 지난 18일 연이어 '엄정 대처' 방침을 밝힌 데 이어 19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 우려를 나타냈고, 20일에는 한승수 총리가 관련부처 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단호한 대응을 강조했다. 이번 화물연대 사태로 하투(夏鬪)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는 데다 초기부터 과격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계의 요구 사안이 임금인상,복지개선 등 통상적 임단협 문제를 넘어 비정규직법 개정안 등 정부 정책을 직접 겨냥하고 있어 정부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파업 선언 전방위로 확산

정부가 이례적으로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초기에 노동계에 끌려 다니면 지난해와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6월 말 화물연대의 일주일간 파업으로 부산항 등 주요 항만이 마비되면서 기획재정부 추산 72억5700만달러의 수출입 차질이 발생했다. 또 화물연대 파업이 끝나자 금속노조가 파업에 나서는 등 릴레이 파업으로 이어졌다.

노동계는 올해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결의한 이후 건설노조와 플랜트건설노조가 잇따라 파업 절차에 착수했다. 금속노조도 오는 27일부터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키로 하는 등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들이 대거 쟁의 준비에 나서고 있다. 민주노총 경기본부도 20일 '2009년 투쟁선포식'을 개최했다.

특히 정부는 화물연대가 파업 선언 첫날부터 죽창을 휘두르며 격렬한 시위를 벌이자 "자칫 초기 대응이 미온적일 경우 향후 릴레이 파업 과정을 통해 폭력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책 흔들기 사전 차단한다

화물연대 등의 시위 배경에 특수고용직 노동자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 등이 얽혀 있다는 점도 정부가 어느 때보다 엄단 의지를 불태우는 이유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화물차주,보험설계사,학습지 교사 등 계약 관계에 의해 고용되는 자영업자들이다. 노동계는 이들에게도 노동3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을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법상으로 규정되는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원칙대로 법을 집행한다는 차원에서 이들의 노조 가입도 보장하지 않고 있다. 만약 정부가 파업 등에 밀려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법적 근로자로 인정할 경우 올해 가장 중점 사항으로 추진하고 있는 '노사관계 개선 및 고용유연성 제고 방안'을 비롯해 정부의 노동정책 전반이 흔들리게 된다.

이런 사정으로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단기간 내에 해소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민주노총 측은 정부의 대응 방침에 대해 "앞으로 계속해서 더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노동계 일부에서는 "국민여론이 지난해와 달리 비우호적인 데다 경제침체기여서 쟁의 돌입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묻히는 양상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