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신입 직원에 이어 기존 직원에 대해서도 임금 삭감을 제안해 올해 금융권 임금협상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사용자 대표인 은행연합회(회장 신동규)는 이날 금융산업노동조합(위원장 양병민)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금융산업노사대표교섭회의에서 기존 직원 임금 5% 삭감 방안을 제안했다.

그간 금융권 사용자 대표측은 노조측에 신입 직원에 대해 20%의 임금 삭감, 기존 직원에 대해서는 매달 5%의 급여 반납을 제안했다.

또 금융공기업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임금 등을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협의를 이원화하자는 방침도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금융권 사용자 대표측은 이날 회의에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은행들도 추가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며 대졸 초임 삭감과 함께 기존 직원의 임금도 깎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원의 임금이 높다는 지적이 많은 상황에서 일시적인 임금 반납은 실질적인 고통 분담의 효과가 없지만 임금을 깎으면 임금 수준 자체가 내려가기 때문에 장기적인 비용 감소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노조는 작년 임금 동결에 이어 올해 임금 삭감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10년 전 외환위기 때도 임금 삭감이 이뤄진 적은 없다"며 "사측이 경제위기를 빌미로 노동자의 희생을 최대화하려는 임금 삭감은 수용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 예정된 노사 양측 간 임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중앙노사위원회 개최도 무기한 연기됐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