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과학원은 인하대 기초의과학부 이덕선 교수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BK21 물리연구단의 박주용 교수가 참여한 연구팀이 작년 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한 논문 ‘신진대사 연결망이 복수 질병 발병에 미치는 영향’에 공학 및 응용과학 분야의 ‘2008년 코짜렐리상(Cozzarelli prize)’을 수여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상은 국립과학원회보의 편집장을 지냈던 니콜라스 코짜렐리(Nicholas R. Cozzarelli) 박사를 기리기 위해 2005년에 제정돼 매년 동보에 수록되는 모든 논문 가운데 최고의 과학적 우수성과 독창성을 보인 논문에 수여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국립과학원회보에 총 3500여편의 논문이 발표됐으며 국립과학원은 이를 6개의 분야로 나눠 각 분야에서 한 편씩 총 여섯 편의 코짜렐리 수상 논문을 선정하고 시상했다.

 이덕선, 박주용교수가 참여한 연구팀은 수상논문에서 세포 안에 존재하는 연결망 구조가 질병의 발생을 이해할 단서를 준다는 점을 규명했다. 생명체는 자신의 몸을 구성하는 성분을 만들어내고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각종 화합물을 쪼개고 합성하는 수백, 수천의 화학반응을 작동시키는데 이를 신진대사라 한다.

 그런데 하나의 대사 화합물은 하나 이상의 서로 다른 화학반응에서 처리될 수 있고 하나의 대사반응은 여러 가지 화합물을 동시에 사용하고 만들어내기도 하므로 신진대사는 복잡한 연결망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최근에 박테리아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각 생명체의 신진대사 네트워크가 알려지면서 대사질병지도 연결된 질병들은 함께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수상논문에서 각각의 대사 반응의 오작동 및 이에 따른 대사물질의 부재 및 과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대사질병들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미국에 거주하는 1000만명이 넘는 익명 환자들의 질병 기록을 조사해 대사질병의 발병 패턴이 세포 내 신진대사의 연결망 구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줬다.

 예를 들어 당뇨와 빈혈을 일으킬 수 있는 대사 반응들은 신진대사 연결망 내에서 서로 가깝게 위치하고 있어 연쇄적으로 두 대사 반응들이 오작동해 당뇨와 빈혈이 함께 발생할 높은 가능성을 제시하는데 환자 기록 분석 결과 실제로 두 병을 동시에 갖고 있는 환자가 매우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의 발생 패턴과 세포내 연결망 사이의 관련성이 있음을 최초로 입증한 이 논문은 작년 7월에 국립과학원회보 표지 논문의 하나로 선정 발표되었으며 대나 파버 암연구센터(Dana-Farber Cancer Institute)에서 작성한 해설논문이 함께 실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저자들은 신진대사 뿐 아니라, 유전자 및 단백질 상호작용 연결망 등 다양한 세포 네트워크들의 구조가 복수 질병의 발병률을 결정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 사실을 금년 4월 네이처 자매지인 ‘분자 시스템즈 생물학에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의 노스이스턴대, 하버드 의대, 피츠버그대와 공동으로 진행된 이 연구로부터 어떤 두 질병이 함께 걸리기 쉬운지 알 수 있으며 함께 걸리기 쉬운 질병의 연결도를 나타낸 질병 지도를 작성할 수 있게 된다.

 분자수준에서 일어나는 세포의 문제와 거시적 질병의 연관성을 밝히는 이러한 일련의 노력을 통해 유전자 정보와 디지털화한 가족병력을 바탕으로 미래의 개인별 맞춤 의학의 시대를 한발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