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박영철 고려대학교 석좌교수
“크루그먼 교수에게 4가지 질문을 하겠다.최근 회의에서 어느 대학 교수가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세계 경제회복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일본은 국내총생산(GDP)의 10%에 해당하는 부양책을 펴서 추락을 피할 수 있었고 중국도 올해 경제성장률 8%를 이루겠다고 한다.그렇지 못할 경우 계속 돈을 풀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입장이다.한국도 많은 이들이 바닥을 쳤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동남아도 잘 해 오고 있다.동아시아가 세계 경제회복을 이끌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하고 싶다.경기부양책 외에 무언가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재정정책과 관련해서는 지속적으로 재정정책에 의존해서 경기침체를 극복하고자 하는 데 대해서 이중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위기 이전에는 부양정책을 효과적인 정책수단으로 권고한 사람이 없었지만 위기가 발생한 이후 많은 이들이 경기부양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지난해 10월 세계은행 보고서에 의하면 재정정책이 신흥시장에서 효과가 없다고 했지만 올 4월 세계은행 보고서에서는 재정정책이 효과있는 정책수단이라 하고 있다.굉장히 혼란스러운데 재정정책이 유효한 수단인지 묻고 싶다.위기 이후 미국 금융기관은 디레버리징을 하고 있고 한국의 금융기관의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채권발행에 어려움을 겪었다.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강력하고 잘못한 게 없다.가장 성공적으로 금융 구조조정을 한 국가로 지목됐지만 전세계적인 위기의 피해자로 희생됐다.세계의 유동성은 두개 중앙은행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 중앙은행(ECB)에 의해 통제된다고 생각하는데 국제금융시장의 유동성 관리를 위해 어떤 수단이 필요하다고 보는가.마지막으로 한국의 성장전략인 녹색성장과 관련한 부분이다.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 경제적인 기준이 무엇이냐.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투자가 최적의 투자규모라고 판단할 수 있는지 그 경제적인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크루그먼 교수
“중국은 미국에 비해 경제규모는 절반이고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4분의1이다.중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위기 전 미국 GDP의 3%이다.이게 균형을 이루면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지금까지 재정정책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이유는 금리 인하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제 통화정책에 정책적 여유가 없다.통화정책을 쓸 수 없으니 재정정책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녹색성장과 관련해서는 배출권거래제와 관련해 온실가스에 가격을 설정하면 투자에 대한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임스 맥코맥 피치 아시아 국가신용등급 담당 이사
“한가지만 코멘트하겠다.질문도 하나 하겠다.경기침체라는 말을 쓰지 않으려 한다.경기침체보다 심각한 국면이기 때문이다.대차대조표상에서 경기후퇴가 일어나고 있고 주택부문 금융부문에서 가계부채가 심각하다.대차대조표 상에서 숫자들의 변화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크루그먼 교수에게 하고 싶은 질문은 일본에 대한 것이다.일본은 디플레가 심각했는데 미국도 디플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크루그먼 교수
“일본은 긴 불황을 겪었는데 현 시점에서 돌아보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오히려 나은 편이었다고 생각한다.그에 비해 현재 미국과 유럽이 겪고 있는 것은 전례없는 경기후퇴다.지금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2.5%인데 디플레 압력이 있다.노동비용,급여수준,전반적인 생산성 증가 추이를 비교해 보면 디플레 압력은 있다.”

▶푸핀더 길 시카고상품거래소 사장
“미국에서 시스템 리스크와 관련해 많은 징후가 있었다.이러한 경고 신호를 보지 못했던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지금까지 정부 정책의 규모와 강도가 충분치 않다고 했는데 정부의 경제 개입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황건호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
“금융규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 자유시장 원칙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그런데 한국은 금융규제 완화를 통해 금융시장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자본시장법을 최근 시행했다.금융 시스템이 선진국만큼 발전하지 않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어떻게 금융산업을 육성하면서 금융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도 높일 수 있겠는가.그리고 현재의 달러화 강세 국면이 차후 어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앞으로 범세계적인 경제질서가 어떻게 될 것인가.팍스 아메리카가 팍스 시니카로 바뀔 가능성은 있는가.”

▶크루그먼 교수
“규제와 시스템리스크에 대해서 보면 2005년에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이 현대적 금융시스템과 기법을 통해 리스크가 줄어들었다고 강조했는데 이를 지나치게 믿었던 것 같다.”

▶사공일 무역협회 회장
“G20 회의에서 국제 정책 공조에 관한 여러 가지 합의가 이루어졌다.이 같은 공조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미국 경제가 실질적으로 회복되는 데 앞으로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 것이라고 보는가.”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불황의 끝이라는 의미에 대해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일부 경제지표가 호전되기 시작한 것을 보고 불황이 끝났다고들 한다.그러나 불황의 끝은 산업생산이 회복됐을 때를 의미한다.또 산업생산이 회복되더라도 실업률은 계속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경기침체가 설령 올해 9월에 끝난다고 할지라도 고용시장의 한파는 2011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

정리=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