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당의 현대화를 기치로 내걸고 추진해온 '뉴민주당 플랜'을 놓고 마치 노선투쟁에 들어간 듯한 분위기다. 제1 야당이 시대변화와 경제여건에 맞춰 정책정당으로 일신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맞고서도 해묵은 이념갈등에 가로막혀 미래와 다수 유권자를 제대로 못보는 것은 아닌가 싶어 안타깝기 짝이 없다.

뉴민주당비전위원회가 엊그제 발표한 뉴민주당 플랜의 초안에는 당 바깥의 일반 국민들도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대패한 민주당이 연패의 원인을 어디서 찾고,새로운 길은 어떻게 모색(摸索)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자기반성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또 근래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급변한 현실에 대한 인식과 시장경제의 발전에 대한 비전까지 제시하려는 시도도 엿보인 까닭이다.

위원회를 이끈 김효석 의원이 플랜의 초안을 발표하면서 한 설명에는 그런 고민과 변신의 노력이 담겨있다. "국민들은 진보니 보수니 그런데 관심이 없다.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성장을 앞세워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부자 · 대기업과 대립구도로 갔던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며 새 플랜이 필요한 배경을 설명했다. 옳은 상황인식이고,적절한 진로설정이라고 본다. 이런 방향에서 플랜의 초안은 '더 많은 기회,더 높은 정의,함께 사는 공동체'를 3대 추구 가치로,'포용적 성장과 기회의 복지'를 2대 발전전략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한 의미있는 진단과 평가는 앞으로 제시될 구체적인 실천과제와 논의과정까지 더 지켜봐야 할 일임이 분명하지만 김 의원의 설명과 초안만으로도 탈이념으로 '성장과 기회'에 치중해 유권자들에게 새롭게 다가서겠다는 의지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도 초안발표 하루만에 계파별로,의원들 성향별로 백가쟁명식 평가를 여과없이 마구 내놓는다면 과연 당의 건전한 발전에 도움이 될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 근대정치에서 진보를 표방해온 정당들이 수십년간 반복해온 권력다툼형 노선분쟁으로 비칠 수도 있기에 하는 얘기다. 지금 민주당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 합리적인 결론을 바탕으로 뉴플랜이 제시한 의미있는 변화를 다음 국회회기 때부터 바로 실천에 옮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