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영향 등으로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크게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5월16일자)는 미국에서 노동과 자본을 모두 동원할 경우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인 잠재성장률이 최근 크게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번 경제위기가 끝나도 이전처럼 높은 성장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로버트 고든 노스웨스턴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3~3.5% 수준이었던 잠재성장률은 지난해 2.5%로 떨어졌으며,앞으로 2.35%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가 균형 상태에 놓여 있을 때 예상되는 실업률인 자연실업률도 최근 JP모건의 연구에 따르면 4.75%에서 6%로 크게 상승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경제적 역량이 이처럼 줄어든 원인으로 △막바지에 달한 IT(정보기술)생산성 향상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증가 속도 감소 △노동시장의 분화와 실업률 상승 △2000년대 초 닷컴버블 붕괴 이후 부진에 빠진 기업 투자 등을 꼽았다. 또 최근 금융위기도 잠재성장률에 상당한 타격을 가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금융위기로 인해 기업의 투자가 줄어들면 기술 발전 등 혁신이 늦어져 생산성 향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 크게 늘어난 정부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발행되는 국채가 민간자금을 빨아들여 성장률을 낮출 것으로 분석됐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증세가 근로 의욕을 꺾고 기업의 투자를 저해해 결국 미국의 장기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는 1930년대 루스벨트 대통령이 실시한 뉴딜 정책의 사례처럼 불황에 대처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09년 미국이 맞은 상황은 1930년대처럼 플라스틱과 합성고무 등 중요한 기술 혁신이 없고 대대적인 경제개혁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