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개성공단 토지임대료와 임금,세금 등 기존 계약들의 무효를 선언하고 자신들이 새로 제시하는 조건을 남측이 무조건 받아들일 의사가 없다면 공단에서 철수해도 좋다고 우리 측에 통지문을 보냈다.

우리 정부가 오는 18일로 제의한 회담마저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든지,아니면 개성공단에서 나가라고 강요한 것이다. 정말 터무니없는 억지이자 무책임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정부는 즉각 논평을 통해 "북의 일방적인 조치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협상 자체를 무시하고 극단적인 선택만을 강요한 북의 막무가내식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북이 개성공단의 존폐까지 위협하면서 이런 식으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배경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우리 정부와의 대화는 단절하고 미국 측과 직접 접촉하겠다는 전술로 볼 수 있다. 우리 측이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중에 일방적인 요구만 통지하고,북이 48일째 억류하고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씨 문제가 개성공단 운영의 본질적인 사안인데도 이에 대한 논의를 아예 거부한 것부터 그렇다.

문제는 앞으로 북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개성공단이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북이 끝내 양자택일을 강요할 경우 우리로서도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최대한의 협상 노력을 통해 개성공단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해법을 강구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개성공단의 철수가 불가피한 상황이 오고,입주기업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