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관 이음새(Fitting)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일진기계 그룹(회장 전영도·사진) 계열의 SBC벤드는 최근 3년 사이 매출이 두 배가량 급신장했다.

2007년 181억원,지난해 281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는 1000억원이 목표다. 동종 경쟁업체인 태광이나 성광벤드 등에 비해 후발주자지만 원자력 발전소 건설 등에 들어가는 합금강 재질의 피팅류 개발에 성공하면서 고성장의 키를 잡았다. 2002년부터는 일본공업규격(JIS) 등 해외 기술인증을 잇따라 확보해 포스코 현대중공업 SK 등 국내 대기업과 일본의 미쓰이와 이마바리,미쓰비시 조선 등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박명수 SBC벤드 사장은 "불황기 속의 호황은 그냥 주어진 게 아니다"며 "전영도 회장이 산업의 추세를 읽고 과감한 시설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발빠르게 사업을 전환한 것이 첫째 성공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 회장은 2008년 4월 경남 함안에 5만㎡ 규모의 1,2 공장을 잇따라 신축해 연간 5만t의 산업용 배관생산능력을 갖췄다. 인근 경남 의령군에도 같은 규모의 제3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부품만 9만 가지에 최소 3000여종의 금형을 보유해야 생산이 가능한 산업용 배관산업 특성상 후발주자의 시장 진입이 어려운 데도 그는 SBC를 국내 대표적 배관업체로 발돋움시켰다.

전 회장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끝나면 중동의 오일머니가 석유화학 플랜트 시장은 물론이고 발전 담수 등 사회간접자본 관련 플랜트 분야에 급속히 유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BC벤드를 비롯 전 회장이 보유한 일진기계 계열은 울산의 일진기계와 일진에이테크,서울과 안양의 일진기계 등 5개사에 이른다. 모두가 초정밀 기계부품제작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전체 공장면적만 10만㎡에 총 매출은 3000여억원에 달한다.

울산에 있는 초대형 정밀산업기계 제작업체인 일진기계는 조선 · 플랜트 업계에서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중견기업으로 손꼽힌다. 이 회사는 중소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컨테이너선 등 선박용 초대형 엔진에 들어가는 프레임(Frame)류 부품을 자체 제작한다.

울산시 남구 용연공단 3만3000여㎡의 부지에 연면적 1만6500㎡ 규모 공장 내에는 대형 선박용 엔진 프레임류와 제철,제강설비, 항만 하역크레인, 발전 보일러 등 초대형 특수산업용 기계 생산체제가 골고루 갖춰져있다. 공장 안에는 전체 매출액을 훨씬 뛰어넘는 2000억원대의 고가장비들로 가득차 있다. 조선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이 회사는 자연스럽게 조선엔진부품제작 선두업체로 급성장했다. 올들어 지멘스에 가스터빈 발전용 부품을 수출한데 이어 풍력발전 부품제작에도 뛰어들어 경기침체기의 틈새시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일진에이테크는 석유화학 원료에서 실을 초고속으로 뽑아내는 방사기술을 국내최초로 개발한 회사다. 방사된 실을 상품화가 가능하도록 되감는 초고속 권취 기계장치도 개발해 2005년 한국기계산업대전에서 은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타이어 코드에서 부터 최근에는 방탄섬유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방사기도 자체 제작하고 있다.

전 회장은 "지난 30년간 오로지 정밀기계의 100% 국산화 개발에만 전념해 왔다"며 "아무리 어려워도 첨단 기계설비에 대한 애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