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현 공무원들은 탁상공론이나 일삼는 한심한 족속이라 욕을 먹어도 할 말이 별로 없을 듯하다. 그러나 생각을 바꿔 이들을 위한 변명을 한번 해보자.중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소비증진을 가장 큰 모토로 내걸고 있다. 사회주의의 특성상 당과 정부에서 목표를 정하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를 실천하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아무리 소비를 늘리려고 해도 소비자의 주머니에 돈이 없다면 문제가 간단치 않다. 공안현 같은 중국 농촌의 1인당 순소득은 작년 말 현재 4761위안에 불과하다. 한국 돈으로 치면 연간 소득이 100만원이 안 된다. 게다가 중국의 농촌은 도시와 달리 사회보장이 열악하다. 도시 근로자들은 회사가 양로 교육 의료 등을 일정부분 책임져 주지만,농민들은 기댈 곳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를 늘리려고 아무리 머리를 짜봐야 답이 안 나올 수밖에 없다. 일정한 소득이 있는 정부기관 종사자들에게 '무조건 우리 고장의 담배를 사서 다 피우도록 한다'는 어이없는 정책이 튀어나온 이유를 무사안일과 탁상공론으로만 비판할 수 없는 이유다.
사실 중국의 경기부양책엔 이 같은 우격다짐의 요소들이 있다. 대표적인 게 가전하향이다. 가전하향은 농민들이 TV나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살 때 정부가 가격의 13%를 보조해주는 제도다. 가전하향의 대상이 되려면 TV가 3500위안을 넘어서면 안되는 등 가격제한을 지켜야 한다. 꿈도 꾸지 못했던 가전제품을 싼 값에,그것도 정부가 돈을 줘가면서 사라고 하니까 연간 소득의 절반 이상을 지출하며 제품을 구매하는 농민들이 꽤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소득이 증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소비는 결국 또 다른 빚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중국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신문주간은 가전하향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왜 농기계가 아니고 세탁기나 냉장고인가"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실질소득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일회성 소비증진에 목숨을 거느냐는 지적이다. 가전업체의 가동률을 높여 실업사태를 막겠다는 뜻이 있는 것이라면,농민과 농촌을 위한다고 하면서 결국 또 다른 희생을 강요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법하다.
중국 사회가 안고 있는 빈부격차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공안현 공무원들이 나타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중국 정부로선 사회적 모순을 해결하면서 경제도 살리는 묘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