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을 등에 지고 우주를 날며 ‘타임 슬립’으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주인공들. 공상과학영화 속 얼핏 ‘허무맹랑’해 보이기까지 하는 장면들을 보며 어린 시절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스타트렉’의 상징 ‘워프 항법’, 가능하다고?
엔터프라이즈호가 40여년의 세월을 거쳐 돌아왔다. 영화사상 ‘가장 긴 시간’으로 회귀한 프리퀄(Prequel), 미국 SF영화 <스타 트렉:더 비기닝>이 개봉했다. 이 방대한 서사시가 시작되던 그때로 날아가고 싶은 것은 마음만이 아니다.

43년이라는 시간 동안 세대를 넘나들며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스타트렉’의 상징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순간이동 ‘워프 항법’(Warp Drive)이다. 이 워프 항법이 언젠가는 현실에서 가능해질 날이 올 지도 모른다. 미국의 온라인 우주전문지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그렇다.

◆‘순간이동ㆍ시간여행’,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는 말은 자주 있어왔다. 하지만 미국 내 일부 연구진은 보다 현실적인 연구를 진행 중이다. 스페이스닷컴은 7일 “일부 물리학자들은 ‘빛보다 빠른’ 이동기술이 언젠가는 지구인들이 우주로 주말여행을 갈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못박아둔 속도의 최대치는 로켓으로 뚫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속도제한’은 우주 공간에서는 무의미하다. 우주는 공간을 구성하는 3차원과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인 1차원의 합인 4차원의 시공 연속체다.

마크 밀리스 전 미국항공우주국(NASA) 개발추진물리학 사업 단장은 “빛보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기 위한 방법은 시공의 일정부분을 떼어내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밀리스 단장은 “공기방울 속에 들어있는 운송수단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우주 시공간에서의 움직임이다”라고 설명했다.

◆열쇠는 ‘빅뱅’에서 찾는다
이런 ‘아리송’한 설명에 미국 과학자들은 ‘빅뱅 이론’으로 설득력을 더한다. 우주 대폭발 직후의 급격한 팽창이 생길 때 우주 시공간은 빛보다 빠른 속도로 확장한다는 설명이다. 밀리스 단장은 “‘빅뱅’에서 이런 현상이 생기는데, 우리의 ‘우주여행’에도 이 현상을 접목시킬 수 없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시공간은 상대성을 띄며 물체의 존재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이 이론에 따르면 중력은 단순히 작은 물질이 이보다 큰 물질에게로 떨어지게 하는 시공의 뒤틀림이다. 즉, 거대 물질이나 에너지의 집약체는 우주 시공간을 뒤틀리게 하는 것이다.

스페이스닷컴은 “특수한 물질의 평면이나 신종 에너지는 우주 시공간에서의 공기방울을 조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공기방울은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며 어떤 물체든 싣고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밀리스는 “불균형 상태에서 시공간의 속성을 바꿀 수 있다면, 우주선의 앞과 뒤에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게 해서 시공간으로 하여금 우주선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94년 처음 소개된 물리학자 미구엘 알쿠비에르가 최초로 소개한 ‘알쿠비에르 추진력’을 말한 것이다.

이 이론은 우주의 팽창을 높이고 시공간을 투과하는 가상의 ‘암흑 에너지’를 조종해 우주선의 추진력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앞쪽 공간을 수축시키고 뒤쪽 공간을 확장하면 물체는 빛보다 빠르게 전진한다.

◆현실세계의 연구실에서는 어떤 일이?
일부 연구진은 우주 시공간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이미 찾아냈다고 주장했다. 한 연구진은 ‘특수냉각 링’을 회전시키면 이로 인해 그 위에 올려놓은 자이로스코프(실험에 쓰이는 회전물체)도 같이 움직이는 것을 알아냈다. 이들은 거대한 특수냉각 링을 만들면 우주 시공간을 끌어당길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다른 한 연구진은 ‘네거티브 에너지’라는 가설을 내놨다. 평행의 두 철판 사이에 위치한 부분은 다른 곳에 비해 적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 이것이 우주 시공간을 움직이는데 필요한 네거티브 에너지라고 이 연구진은 주장했다.

이 에너지가 대량으로 모이면 우주에 띄워둔 ‘공기방울’이 빛보다 빠르게 움직여 시공을 초월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다만 ‘그 정도로 거대한 에너지를 어디서 구하느냐’가 문제다. 스페이스닷컴은 “일부 전문가들은 암흑 에너지를 사용하면 우주 팽창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비록 연구결과와 실질적인 ‘워프 항법’ 사이에 큰 차이가 있지만, 몇몇 물리학자들은 낙관적”이라고 덧붙였다.


밀리스 단장은 스페이스닷컴에게 “가능할는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는 미지의 영역을 연구하며 여기까지 왔다”며 “결국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나더라도, 여기에 끝없는 질문을 던지며 우리가 지금껏 간과했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스타 트렉’이 우리를 찾아온 지 43년이 지났다. 신작 ‘더 비기닝’ 속 컴퓨터그래픽의 놀라운 발전과 함께, 누군가는 ‘워프 항법’을 실현시키겠다는 연구를 계속해왔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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