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의 인수합병(M&A)이 본격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시 대규모 물량 출회를 막기 위해 채권단들이 합의한 바 있는 매각제한 해제분(약 1236만주)이 블록세일 방식으로 매각되면서 채권단의 총 보유지분이 기존 46%에서 35%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인수 희망자의 인수대금 부담도 줄어들게 됐다.

◆채권단이 현대건설 지분 11% 블록세일

현대건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8일 매각제한이 풀린 현대건설의 주식 1236만8544주(11.1%)를 블록세일 방식으로 장개시전 주당 6만3050원에 매각했다. 이는 7일 종가대비 3% 할인율이 적용된 가격이다. 채권단이 팔아 치운 현대건설 지분은 기관투자자 등 투자자들에게 분산 매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채권단의 총 보유지분은 35%로 감소했다. M&A 관련 매각주식수도 종전의 5514만주에서 3888만주로 줄었다.

금호아시아나가 3년전 대우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지분 50%를 확보해야만 했던 당시와 비교하면 인수자의 자금부담이 크게 감소한 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건설 인수전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다.

◆과거 블록세일 때와 주가반응 다르다

이번 채권단의 블록세일이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이유는 현대건설 주가가 과거 블록세일 때와는 정반대의 흐름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의 첫 블록세일은 2006년 6월 20일에 실시됐다. 이때 산업은행은 567만주를 매각했다. 당시 현대건설 주가는 전날대비 7.6% 하락했다. 같은 해 8월 3일 외환은행이 3% 할인된 수준으로 두 번째 블록세일을 했을 때도 역시 주가는 3% 이상 떨어졌다.

성준원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과거 두 차례의 블록세일의 경우 모두 주가가 하락했는데 이번에는 블록세일 이후 주가가 크게 올랐다"며 "이는 곧 시장참여자들이 현대건설 M&A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진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교적 낮은 수준인 3% 할인율도 현대건설이 인수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고, 내재가치와 성장성이 뛰어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M&A 가능성을 높이는 인수지분 '35%'

현대건설을 인수하려는 기업은 이제 35%의 지분만 확보하면 된다.

허문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블록세일 전에는 인수자가 현대건설을 M&A하기 위해서는 50% 가까운 지분을 취득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며 "최근 경기침체 속에서 지분 50%를 인수할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 연구원은 그러나 "인수자가 인수해야 할 지분이 35% 수준이라면 충분히 인수전에 참여할 만하다"고 판단했다.

전용기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채권단의 지분매각으로 M&A를 위한 매수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며 "국내 건설사 중에서도 현대건설의 수익성과 성장성은 매우 뛰어나 인수전에 뛰어들 업체들에게 인기가 많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가상승은 이제부터…오버행 이슈 소멸

현대건설 주가는 앞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 동안 주가상승의 걸림돌이 된 오버행 이슈가 블록세일로 인해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한 지분매각 할인율도 3% 수준으로 낮았기 때문에 매각된 물량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강승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분석보고서를 통해 "최근 장내 매각에 대한 우려가 높았지만, 양호한 가격에 일괄 매도되어 매각에 따른 후유증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채권단 지분이 35%로 감소해 M&A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매출 및 이익성장성과 안정성이 높고, 확고한 국내 1위 건설사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 목표주가도 M&A 가치 등을 다시 산정해 변경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건설 주가는 이날 전날보다 6.31% 오른 6만9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6만9600원까지 급등했으며, 지난달 29일부터 꾸준한 오름세다.

◆현대건설 인수전쟁 본격궤도…차명계좌 이용설도 나돌아

앞으로 현대건설을 둘러싼 업계내 인수 전쟁이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채권단의 매각 지분을 어디서 받았는 지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외환은행에 따르면 기관투자자 등 투자자들에게 분산 매각했다는 내용만 밝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건설의 M&A를 노리는 여러 그룹에서 차명 계좌를 이용해 지분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현대그룹 측에서도 일부 지분을 가져갔을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채권단 매각지분의 인수주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채권단의 지분을 받은 곳이 현대건설 M&A에 별다른 영향을 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허 연구원은 "분산 매각된 11%의 지분이 앞으로 현대건설 M&A에 영향을 줄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기업이 어디든지 35%의 지분을 확보해야만 하기 때문에 이번 블록세일을 인수한 곳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