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오르고 무역수지 흑자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국내 경기의 'V'자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6.1%(전 분기 대비)를 기록한 것과 달리 한국은 0.1% 성장하는 등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차이는 미국과 한국의 성장률 계산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 착시 현상일 뿐 지난해 4분기 수치를 포함하면 한국은 여전히 깊은 경기 침체의 터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성장률 기준 제대로 알아야

'-5.1% vs -6.3%.'지난해 4분기 한국과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지난해 4분기 미국의 경기 후퇴폭이 한국보다 더 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생긴 차이다. 한국의 GDP 증감률은 단순히 전 분기와 비교한 것인 반면 미국은 전 분기 대비 증감률을 '1년치'로 환산(연율)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 4분기의 성장률이 1년 내내 지속된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성장률이 얼마나 될까를 나타낸 것이다.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을 4제곱해서 연율 기준 성장률을 산출하는데 한국의 GDP 성장률을 미국처럼 연율로 바꾸면 -18.8%라는 충격적인 수치가 나온다. 한국의 마이너스 폭이 미국의 3배에 이른다는 얘기다.

올해 1분기에 미국 정부는 -6.1%라고 발표했는데 이 역시 연율 기준이다. 한국처럼 단순히 전 분기 대비 GDP 증감률 표현한다면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은 -1.6%다.

주요국 가운데 연율 기준으로 성장률을 발표하는 국가는 미국과 일본뿐이다. 일본도 지난해 4분기 -12.1%의 성장률을 발표했는데 한국과 같은 기준(전 분기 대비 단순비교)이라면 -3.2%가 된다.

미국과 일본 외 대다수 국가가 전기 대비 기준으로 성장률을 발표하는 이유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연율 기준 성장률 발표를 권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OECD는 연율로 할 경우 변동성이 증폭되고 과장된 수치가 나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등에 취해선 안 돼"

최근 경제성장률 추이만 놓고 보면 한국이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우선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 한국의 경우 지난해 4분기가 유일하다. 미미하지만 올해 1분기엔 플러스로 돌아섰다.

반등을 계기로 각종 심리지표도 V자형으로 호전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종합경기전망(BSI)은 5월 103.8로 기준선 100을 넘어섰고 한은이 집계한 소비자심리지수도 4월 수치가 98로 100에 근접했다. 생산이나 국제수지 측면에서도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기준으로 3개월 연속 증가했고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 3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플러스 성장의 질(質)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성장률 기준으로 지난해 4분기 국내 경제 성장률이 -18.8%로 꼬꾸라진 뒤 소폭 반등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그것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출을 늘린 결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1분기 중 민간소비는 지난해 4분기 대비 0.4% 증가에 그쳤지만 정부 지출은 3.6%나 늘었다. 정부의 재정 조기 집행과 인프라 투자 확대 등에 힘입어 건설업이 6.1%나 증가했지만 제조업 성장률은 -3.2%로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설비투자 역시 전기 대비 기준으로 -9.6%로 지난해 4분기의 -14.2%에 이어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경제 전문가들은 샴페인을 터트려선 안 된다는 신중론을 거듭 제기하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최근의 반등이 자칫 독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경제심리가 개선되면서 주가와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뛰고 있어 실물경제 회복을 위한 정책의 일관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실물경기 회복을 위해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고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데 부동산가격의 가파른 상승 등이 부담으로 작용,정책이 변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