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 4일 국무원 상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남부 푸젠성에 대만과의 경제협력 전진기지가 될 '해협 서안 경제구역'을 조성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대만과 마주보고 있는 푸젠성은 중국에 공산정권이 수립된 1949년 이후 60년간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의 긴장관계를 대표하는 지역이었다. 아직도 미사일 1000기가 대만을 향해 있다. 이곳에 '양안 경제특구'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중국은 각종 우대 정책을 통해 이 '특구'를 대만과의 경협 전초기지로 삼을 계획이다.

'해협 서안 경제구역'은 5년 전 남북한이 손잡고 조성한 개성공단을 떠올리게 한다. 남북한은 공동 공단 조성뿐만 아니라 이산가족 상봉에서도 양안보다 4년 앞섰다. 하지만 2009년 양안엔 봄기운이 완연한 반면 남북한 사이엔 한겨울의 냉기만이 흐른다. 개성공단 문제는 북핵문제와 맞물려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든 것일까.

양안 관계의 해빙 역사를 바라보면 정부보다 민간에서 시작해 통일의 기초를 하나둘씩 쌓아나가는 접근법의 유용성을 발견하게 된다. 중국과 대만은 '정부보다는 민간','정치보다는 경제'라는 원칙을 일관성있게 지켜왔다. 민간의 경제교류에서 시작해 정치 및 군사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 양안의 해빙 전략은 정상회담 같은 정치 이벤트에 더 무게중심을 두는 우리의 접근법과 다르다.

천수이볜 전 대만 총통(대통령) 집권 8년간 정치적으론 양안에 겨울이 계속됐지만 민간 중심의 대만의 대중국 투자는 늘어갔다. 그동안 대만이 중국에 투자한 자본은 1500억달러에 이르고,중국에는 이미 100만명의 대만인이 살고 있다. 중국 기업의 대만투자가 이달부터 허용된 데 이어 대만 대학들이 내년 9월부터 중국인 학생까지 받기로 하면서 대만에도 중국 기업인과 유학생이 밀려들 전망이다. '해협 서안 경제구역'에 입주할 기업들이 이미 준비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양안과 남북한 관계를 동일시할 수는 없다. 신뢰하기 힘든 김정일 북한 정권의 특수성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개성공단이 멈춰선 이 때 출범하는 중국판 개성공단은 민간 경제교류 활성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