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30일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를 찾아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후 금융민원센터에서 '일일 상담원'으로 활동했다.

김밥집을 운영한다는 최모씨(여)는 이 대통령 앞에서 사채(私債)의 폐해를 소상하게 털어놨다. 최씨는 3년 전 사채로 100만원을 빌린 뒤 매달 갚고 있으나 '살인적인'이자율로 인해 지금은 빚이 1500만원으로 늘어났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처음에는 하루 2만원씩 갚으면 된다고 했는데 수수료하고 해서 135만원이 되더라"며 "그것을 못 갚으면 '꺾기'가 들어오고….거기서 헤어나는 건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이 대통령이 "이자율이 49%로 제한돼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사채는 그런 게 없다. 사채업자들이 부르는 게 곧 법이고 잠깐만 못 갚으면 전화가 오고 난리"라고 호소했다. 그는 "한 달에 60만원 정도 갚아 나가고 있는데 그 사람들(사채업자)은 내가 갚는 돈으로 참 잘 살고 있다"며 "외제타 타고 다닌다. 내가 그 사람들 돈을 다 댄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억울해 했다. 또 "경제신문을 보니까 도움을 받는 방법이 있다고 해서 여기 왔는데 이 대통령까지 뵙게 돼서 영광이고,로또가 된 것 같다"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사채업자와 처음 체결한 채권 · 채무 관계를 찾아서 정리해 부당한 부분을 조정해 주도록 법적 절차를 밟도록 하라"고 관계자들에게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기업 구조조정을 속도감있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그동안 경기가 너무 나빠 구조조정에 대해 과감하게 나서기 힘든 측면이 있었으나 이제는 '때가 됐다'는 게 이 대통령의 판단이라고 참모들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구조조정을 할 기업들이 빨리 돼야 건실한 기업이 살아 남는다" "책임자들이 몸을 던지는 희생정신을 가지고 결과로 평가 받겠다는 자세로 일해달라"는 등의 발언들을 쏟아냈다.

특히 "정부가 하는 일은 그동안 금융기관이 저지른 일을 뒷바라지하는 것"이라며 "최고의 대우를 받으면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자세를 보여줘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노동계 인사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우리나라가 (위기극복에) 앞서가고 있어 세계가 우리를 격찬하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성공을 이뤄야 하기 때문에 불안하고 갈길이 멀다"고 토로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