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우려가 있는 400여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주채권은행들이 이달부터 구조조정 대상을 고른다. 빚이 금융권 전체의 0.1%가 넘는 45개 대기업 그룹(주채무계열) 중에서는 10곳이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어야 하는 대상으로 선정됐다.

정부는 30일 여의도 금융위원회 · 금융감독원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채권은행들은 우선 이달 초부터 빚이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에 대해 구조조정 대상을 골라내기 위한 신용위험 세부평가에 착수한다. 대상 기업 1422곳 중 400여곳이 기본평가에서 합격선을 넘지 못해 부실 우려 기업으로 분류됐다. 이들이 오는 6월까지 진행하는 세부평가에서 C등급(부실 징후,워크아웃 대상)이나 D등급(부실,퇴출 대상)을 받을 경우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주채권은행들은 대기업 그룹의 경우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으로 선정된 10곳과 5월 말까지 약정을 맺을 계획이다. 주채권은행별로는 산업은행이 7곳으로 가장 많고 우리 1곳,신한 1곳,하나 1곳 등의 순이었다. 국민과 외환은행은 없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주채권은행은 불합격 그룹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이행 실적을 체계적으로 점검 · 관리해야 한다"며 "차입이나 인수 · 합병(M&A) 등 과도하게 외형을 확대해 유동성 악화가 우려되는 곳은 계열사 매각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감독당국은 추진 상황을 밀착 점검하고 주채권은행의 대응이 미흡하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아직 글로벌 경제위기가 진행 중인데 경제지표가 다소 개선되고 외국 금융사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조금만 버티면 구조조정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있을 수 있다"며 "옥석을 가려 구조조정을 할 기업들이 빨리 구조조정이 돼야 건실한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밝혔다고 이동관 대변인이 전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역 연고와 같은 정치적 요인이 개입해서는 안 되며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와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심기/김현석/홍영식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