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환자를 덜 고통스럽게 하면서 효율적으로 진단과 치료를 하느냐?” 는 현대의학의 고민이자 발전 방향이다. 과거에는 환자의 동맥혈관에 바늘을 찔러 엑스레이(X-ray)에 잘 보이는 조영제를 직접 주입하여 그림자로만 볼 수 있었던 병소를 컴퓨터 영상 처리로 환자의 몸에 손 하나 안 대고 속속 들여다보고 있다. 바로 심장의 관상동맥 이상 여부를 3차원 영상 CT(Computed Tomography, 컴퓨터 단층촬영)로 진단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CT 검사를 하는 동안 도우넛 모양으로 생긴 기계의 안쪽에 장착된 하나의 X선 발생관이 주위를 회전하면서 사람의 몸에 다양한 각도로 방사선을 투과시킨다. 몸을 지나 전달된 방사선의 양을 기계의 안쪽에 있는 검출기가 측정하고 그 자료를 전기신호로 바꾼다. 컴퓨터는 이 신호를 모아 3차원 영상으로 만들고 그것을 모니터에 보여주는 것이다. 그럼 계속 움직이고 있는 심장에서, 그것도 최대 직경이 4㎜도 채 안되는 관상동맥을 CT가 어떻게 찾아서 보여준다는 것일까. 사실 2~3년 전만 해도 이 일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64채널 다중검출 CT’(MDCT; Multi-Detector CT)의 등장이 이를 가능케 했다. ‘MDCT’의 등장은 기존의 CT개념을 바꿔놨다. 컴퓨터가 한 가지 일만 하는 ‘도스 시스템’에서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윈도 시스템’ 으로 바뀌었듯이, CT도 한 번의 엑스레이 투사로 한 단면만 찍을 수 있던 '단일검출 시스템'에서 한번에 64단면을 찍을 수 있는 '다중검출 시스템'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CT를 찍을 때 환자가 움직이면 영상이 흔들리기 때문에 환자는 찍을 때마다 숨을 잠시 참아야 한다. 따라서 기존의 CT는 한 번에 0.5 ~ 0.625mm의 길이밖에 커버할 수 없으므로 흉부 또는 복부를 찍으려면 숨 참기를 수십 차례 반복해야하고, 검사 시간 또한 20여분이 걸렸다. 계속 뛰고 있는 심장은 멈출 수가 없기 때문에, 심장박동에 의해 영상이 뭉개져서 제대로 된 판독을 할 수가 없었다. 뛰어가는 사람을 사진 찍으면 움직임에 의해 포커스가 맞지 않아 영상이 또렷하지 않은 것과 같은 원리이다. 그러나 ‘MDCT’는 한번에 64단면을 동시에 찍기 때문에 4cm의 길이를 커버할 수가 있다. 성인 심장의 크기가 12~16cm이므로 x-선 발생관 3~4바퀴만 돌면 되기 때문에, 환자는 조영제 주사 한번 맞고, 3-4초 동안 숨 한번 참으면 그것으로 촬영은 끝난다. 더군다나 최근 나오고 있는 256- 또는 320-MDCT는 단 1번 내지 2번의 x-선 조사로 촬영이 끝나기 때문에 환자는 더 이상 숨을 참을 필요가 없다. 싱겁게 끝나는 검사지만 여기서 나오는 자료는 초정밀이다. 초고속으로 찍기 때문에 어떤 부위에서건 이전의 CT보다 영상은 깨끗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혜택은 관상동맥을 CT로 정확히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빠른 셔터속도로 인해 심장박동에 의한 사진의 흔들림이 없어진 덕택이다. 팔뚝 정맥 등을 통해 조영제를 주입하면, 조영제가 혈류를 타고 심장으로 들어가 관상동맥을 통과할 즈음에 자동으로 사진이 찍힌다. 이것을 3차원 영상으로 재구성하면, 마치 혈관조영술을 한 것 같이 관상동맥 혈관 줄기들이 한눈에 그려지기 때문에 환자들은 입원이나 마취, 혈관을 째고 관을 끼우는 등의 불편함없이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요긴하게 쓰이는 경우는 관상동맥 협착증 때문에 혈관을 새로 갈아끼우는 ‘관상동맥 우회술’을 받은 환자들이다. 이들은 수술 후 관상동맥이 잘 뚫려 있는지 체크하기 위해 매번 심혈관조영술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제 ‘MDCT’가 이를 대치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관상동맥이 시원하게 잘 보이면, 수술은 잘된 것이다. 이렇듯 영상기술의 발달로 보다 정확해진 영상 사진은 환자들의 불필요한 검사와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하였고, 의사들에게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한 보다 나은 정보를 제공하게 되었다. (도움말=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전은주 교수) 장익경기자 ikja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