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 '피의자로서의 권리'를 강조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서면질의서의 마지막 항목인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을 적으라'는 부분에서 방어권 등 피의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해 달라는 내용을 적는 데만 A4용지 전체 16장 분량의 답변서 중 5장을 할애했다. 여기에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지키고 '진술 거부권'을 보장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진술 거부권과 관련,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대통령 관저에 건네진 100만달러의 사용처를 밝힐 수 없다는 취지의 글을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현재로서는 검찰의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알 수 없는 만큼,자신도 최대한 '패'를 보여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노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서면질의서를 보낸 22일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억대 명품시계를 선물했다"는 언론보도가 나가자 측근인 문재인 변호사(전 청와대 비서실장)가 검찰에 강력 항의하는 등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 전 대통령 측의 반응은 '한방 먹었다'는 것이었다. '억대 명품시계'의 경우처럼 100만달러의 사용처에 대한 정보도 검찰이 확보하고 있음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이 100만달러와 관련해 자칫 잘못 답변하면 거짓말만 탄로날 수 있다고 결론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진술 거부권 보장을 요청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검찰 관계자는 "'100만달러와 500만달러 모두 노 전 대통령의 요구로 건넨 돈'이라는 박 회장의 진술이 나와 어떤 해명을 해도 검찰이 기소할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며 "검찰의 카드를 살펴본 후 법정에서 승부를 걸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