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당선자가 화성 · 고양 국제고 설립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힌 후 경기도교육청이 예정된 업무보고를 거부하는 등 맞대응하고 나서 파문이 예상된다.

22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돼 있었던 김 경기도교육감 당선자에 대한 업무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도교육청 기획예산과 사무관 이상 간부들은 수원의 경기도교육정보연구원에 마련된 업무 브리핑 장소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브리핑이 시작되기 5분 전 당선자 취임 준비팀에 "보고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말만 남기고 도교육청으로 돌아갔다.

도교육청은 '업무 브리핑'은 가능하지만 '보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김남일 경기도부교육감은 "교육감 당선자에 대한 공식적 업무보고는 법적 근거도 없고 관례도 없다"며 "당선자 측에도 이 같은 내용을 수차례 전달했으나 22일 아침 언론 보도에 '보고'로 표현돼 있어 이런 상황에서는 브리핑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도교육청과 당선자 간 갈등은 상당부분 예고된 파행이었다는 것이 교육계의 평가다. 도교육청이 그간 추진해 온 국제고 설립을 선거에서 당선됐다는 이유만으로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당선자에 대해 도교육청 직원들의 불만이 강하다는 것.

김 당선자 측은 도교육청의 갑작스러운 업무 브리핑 거부를 교육과학기술부가 뒤에서 부추겼다며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김 부교육감은 "교과부와 전화 통화나 사전 의견 조율을 거쳤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도교육청은 이날 오후 김 당선자와 다시 만났지만 320쪽 분량의 서면 업무보고를 바탕으로 당선자가 질문하면 답하는 수준에 그쳤다. 김 부교육감은 "질의 응답 형태로 업무 파악을 도울 순 있지만 담당 과장들이 일괄적으로 현안을 설명하는 보고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도교육청과 당선자 간의 갈등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김 당선자가 선거 과정에서 국제고 원점 재검토를 비롯해 과천 · 광명 · 의정부 고교 평준화와 진단평가 · 학업성취도평가 거부권 존중 등 기존 정책과 배치되는 공약들을 다수 내세웠기 때문이다.

교과부와의 갈등도 예상된다. 현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인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기숙형공립고 · 자율형사립고 · 마이스터고 설립과 교과과목 중심 방과후학교 운영을 통한 사교육비 절감 등은 모두 시 · 도교육청 단위에서 실행돼야 한다. 하지만 김 당선자가 교육감 취임 후 이런 정책에 반대하고 나서면 교과부로서는 정부 정책을 강제할 장치가 전혀 없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