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수출 중소기업 대표들과 함께 중동지역 시장 개척을 위해 두바이를 다녀온 적이 있다. 지난 20여년간 회사를 경영하면서 수출 상담차 두바이를 자주 다녔기 때문에 필자에게는 매우 친근한 도시다. 두바이는 '중동의 홍콩'으로 불리며 중동과 아프리카의 중개무역항 역할을 하던 곳으로,몇 년 전부터 미래의 상상 도시로 탈바꿈하는 세기의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바다 위의 인공섬 팜아일랜드,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인 버즈두바이,7성급 호텔 버즈알아랍,세계 최대 규모의 쇼핑몰인 두바이몰 등 모든 것이 세계 최고 · 최초 · 최대다.

그러나 이런 두바이도 글로벌 금융위기 앞에서는 속무무책인 듯싶다. 도시와 사막에서 진행 중이던 각종 프로젝트들이 하나 둘씩 중단되고,천정부지로 치솟던 아파트나 빌라 값도 반토막 이하로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두바이의 장래가 어떻게 될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두바이는 금융과 물류의 중심지로 여전히 중동과 인도,북아프리카 등 각국의 바이어들이 꾸준히 몰려들고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한국의 많은 수출 중소기업들이 두바이시장을 자주 찾는다.

이번 시장개척단 일정에는 참가 수출기업 대표와 바이어들 간 현지 간담회도 포함돼 있었다. 몇몇 업체는 이번 간담회에서 의외의 성과를 올렸다. 특히 시장전망이 좋지 않다는 KOTRA의 평가에 따라 시장개척단 참가를 주저하다 뒤늦게 합류한 한 업체는 현지 에이전트를 발굴하는 결실을 거뒀다. 또 다른 업체도 인근 이란에서 온 바이어와 상담을 통해 중동시장에서 가장 큰 시장인 이란에 진출하는 과실을 맺었다.

요즘 모두가 어렵다고들 한다.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다른 나라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수출시장이 침체돼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틈새시장을 열심히 찾다보면 분명 새로운 기회가 올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 도요타가 경영실적을 공개한 지 45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일본 기업들이 엔고로 고통을 겪고 있고,우리의 수출경쟁국인 중국 또한 위안화 강세로 수출 채산성이 떨어지고 있다. 원화 대비 달러화가 강세인 지금은 우리 수출기업들이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어려운 시기라고 움츠리고 있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이 위기를 헤쳐나간다면 오히려 더 큰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전 세계 투자자들이 열광하던 신기루의 도시 두바이가 오늘은 투자자들의 골칫거리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러나 다시 내일 영광의 도시가 될 수도 있다. 그 또한 두바이가 어떻게 이 위기를 헤쳐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교차하는 모래 위의 신비,두바이가 오늘따라 자꾸 눈에 아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