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자금을 굴리는 개인 '큰손'들이 주식 · 부동산 · 골프회원권 등에 지갑을 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큰 고비를 넘겼다고 판단,그동안 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떨어진 저평가 자산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개인 큰손들은 이른바 '3월 위기설'이 기우로 끝난 지난달 하순께부터 닫았던 지갑을 열기 시작해 이달 들어서는 주식과 빌딩 등을 적극 매입하고 있다. 특히 증시에서 큰손들의 귀환이 뚜렷하다. 1억원 이상 거액 주식 주문 건수는 이달 들어 하루 평균 1만4125건으로 3월(7280건)보다 94% 급증했다. 주식투자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도 지난달 이후 6조원 넘게 유입돼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부도 걱정에 선뜻 돈을 넣기 힘들었던 회사채 투자도 활발해졌다. 10대 증권사들의 올 채권 소매 판매액은 8조4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서울 강남권의 50억~100억원대 빌딩과 고가 아파트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반포 · 개포 · 압구정동 등 인기 지역에서는 20억여원으로 신규 분양주택과 재건축 아파트 2~3채를 한꺼번에 사들이는 큰손들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의 1분기 아파트 거래 건수는 월 평균 1132건으로 전분기의 6.4배에 달한다.

기업 구조조정 여파에 따른 '매물 폭탄'으로 지난해 급락했던 골프회원권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수도권 주요 골프장의 회원권 값은 올 들어 평균 40% 올랐다. '곤지암 빅3'로 불리는 이스트밸리 남촌 렉스필드는 올 들어 43~64% 올랐다.

시중 자금이 은행에서 증시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도 두드러진다. 은행권 정기예금 잔액은 올 2월 말 370조5400억원으로 지난해 8월 말보다 22조원 이상 늘었다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계기로 지난달에는 1조7000억원 넘게 빠졌다. 양도성 예금증서(CD) 등을 합치면 지난달 은행권에서 5조1000억원 넘는 자금이 이탈했다. 이달 들어서도 하나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16일 현재 48조6900억원으로 3월 말보다 1조원 가까이 감소했으며 외환은행도 3600억원 줄었다.

배두원 신한은행 골드PB센터장은 "부자들은 시중 유동성과 주요 자산가격 간 '미스 매치'가 발생할 때 큰 돈을 벌 기회가 생긴다는 점을 잘 안다"며 "큰손들은 지금이 우량 자산을 저가에 사들일 호기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백광엽/박준동/노경목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