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 평화누리공원에 들어서서 조금 걷다 보면 무언가 파르르 떨리며 서로 비벼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를 쫓아 다가가면 새파란 하늘 아래 꽃처럼 피어 있는 바람개비들이 눈에 들어온다. 하늘색 줄기 위에 얹혀 있는 빨갛고,노랗고,파랗고,하얀 바람개비 3000여개는 김언경 작가의 설치미술 작품 '바람의 언덕'이다.

바람개비에 가까이 다가가면 눈을 감고도 그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바람이 차분할 때는 민감한 바람개비 몇몇이 천천히 움직이며 도르르 뒤척댄다. 그러다가 바람이 조금만 기세를 높이면 연못에 파문이 번져나가듯 움직임에 동참하는 바람개비들이 늘어나고,경쾌하게 차르르 소리를 내면서 제법 맹렬하게 돌아간다. 바람의 기세에 따라 움직임이 잦아들었다 거세졌다를 반복하는 바람개비들,귀로 보아도 예쁘다.

바람개비들 뒤에는 대나무를 얽어서 만든 거대한 사람 형상의 미술 작품이 보인다. 최평곤 작가의 '통일 부르기'는 북녘을 바라보는 듯한 형상 4개로 이뤄진 설치미술 작품.이 두 작품은 분단이라는 현실을 담아내고 있다.

경기관광공사 측은 "'통일 부르기'는 분단을 상징하는 이곳에서 북쪽을 향해 통일과 평화를 나지막하지만 강렬하고 안타깝게 부르는 작품"이고 "'바람의 언덕'은 이념에 구애받지 않고 남북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바람을 주제로 해 평화를 향한 바람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통일 부르기'와 '바람의 언덕'의 바람개비 수천개가 이뤄내는 조화는 여행자의 눈길을 잡아끌기에 충분하다. 평화누리공원이 출사지로 각광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아이의 손을 붙잡고 혹은 유모차를 밀며 찾아오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만큼이나 카메라와 삼각대를 짊어진 출사객들도 눈에 많이 띈다.

공원 생명길 언저리에 있는 '통일 기원 돌무지'에서 파란 기둥을 배경으로 셔터를 눌러도 좋다. 전통놀이 체험장에서 연날리기 등을 해볼 수도 있고,문화예술 프로그램도 잇따라 운영될 예정이다.

평화누리공원 바로 옆 임진각은 안보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다. 경의선 증기기관차 보존처리장을 지나 임진각으로 들어가면 반세기 전 한국전쟁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1953년 휴전과 함께 남북 포로교환이 이뤄진 자유의다리 끝에는 통일을 향한 소망을 담은 천조각이 매달려 있고,실향민들이 제사를 올리는 망배단에서 분단 현실을 느낄 수 있다. 1만원을 내면 매시 정각에 3번씩 '평화의 종'을 칠 수 있다.

임진각까지 들어왔으면 전망대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노릇이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잔잔하게 흐르는 임진강과 수풀이 우거진 강 유역 야산,남쪽에서 갈 수 있는 최북단 기차역인 도라산역으로 가는 철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몸을 틀면 평화누리공원도 조망할 수 있다. 좀 더 멀리까지 볼 수 있는 망원경도 설치돼 있는데 날씨가 흐릴 때는 아무리 동전을 넣어봤자 헛일이다.

평화누리공원과 임진각은 무겁고 엄숙한 마음으로 찾아가야 하는 안보관광지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좀더 편안한 마음으로 거닐 수 있는 곳이 됐다. 하지만 좀더 안보관광에 충실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도라산역이나 제3땅굴,도라전망대,통일촌마을을 둘러보는 연계 관광에 참가해도 좋겠다. 연계 관광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번째는 임진강역에서 내려 도라산역으로 가는 기차를 타는 것.도라산역행 기차는 하루에 세 번(오전 11시,오전 11시40분,낮 12시40분) 임진강역에서 출발한다. 이를 이용하려면 서울역 기준으로 각각 오전 8시50분,9시50분,10시50분에 떠나는 임진강역행 기차를 타야 시간을 놓치지 않는다.

다만 세 번 중 첫 기차로는 도라산역,제3땅굴,도라전망대를 둘러볼 수 있고,두번째 기차로는 도라산역만,세번째 기차로는 도라산역,제3땅굴,도라전망대,통일촌직판장까지 모두 볼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임진각에서는 버스를 이용해 도라산역,제3땅굴,도라전망대,통일촌직판장까지 들어갈 수 있는 관광에 참여할 수 있다. 단 월요일과 법정공휴일에는 쉰다. 접수할 때에는 사진이 있는 신분증이 필요하며 최대 1만1700원의 비용을 더 내야 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 찾아가는 길

기차를 타고 가려면 경의선을 이용하면 된다. 서울역,신촌역,수색역,일산역,파주역 등을 거쳐 임진강역에서 내리면 된다.

서울역 기준으로 1시간20분 정도 소요되며 서울역에서 임진강역으로 가는 통근열차는 매시 50분 출발한다.

버스는 9710번과 909번이 있다. 문산터미널에서 내린 다음 100-94번 버스로 갈아타 임진강역에서 내리면 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자유로 하행선 마정 분기점에서 판문점 방면으로 가서 도로차단점에서 유턴하거나,1번 국도 통일로를 타고 판문점 방향으로 진행하다 도로 차단점에서 유턴하면 평화누리공원이 나온다. 평화누리공원과 임진각에는 별도 입장 요금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