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8개월만의 위기…개혁정책 차질 우려

최근 숨겨둔 아들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는 페르난도 루고 파라과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추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EFE 통신이 1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지 일간 울티마 오라(Ultima Hora)가 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 결과 루고 대통령의 지지율은 종전 64.14%에서 48.04%로 16.1%포인트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 시점에서 대선이 치러질 경우 루고 대통령을 찍겠다고 말한 응답자 비율도 '아들 파문' 이전 40.85%에서 32.35%로 낮아졌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빈자(貧者)의 아버지'로 불리며 빈곤층과 농민, 노동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온 루고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루고 대통령이 집권 이후 도덕성과 개혁성을 내세워 추진해온 각종 개혁정책이 이번 '아들 파문'과 지지율 추락으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조사 보고서는 "가톨릭 사제 출신의 루고 대통령에게 숨겨둔 아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파라과이 사회에 충격을 주었을 뿐 아니라 루고 대통령의 이미지와 현 정부에 대한 신뢰도에도 큰 상처를 입혔다"고 말했다.

루고 대통령은 지난 13일 자신이 과거 파라과이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의 하나로 꼽히는 북부 산 페드로 지역에서 가톨릭 주교직을 맡고 있던 시절 비비아나 로살리 카릴로(26)라는 여성과의 관계를 통해 올해 2살 난 아들을 두게 됐다고 시인했다.

루고 대통령이 카릴로와 관계를 가진 것은 1999년의 일로, 당시 카릴로의 나이는 16세였다.

파라과이 법률이 17세 이하 소녀가 성인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것을 금하고 있다는 점에서 루고 대통령은 실정법을 위반한 셈이 된다.

루고 대통령은 정치활동을 위해 2006년 12월 주교직을 내놓았으나 바티칸으로부터 거부당하다가 지난해 4월 대선에서 승리한 뒤 사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한편 파라과이 주교협의회는 지난 14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루고 대통령에게 사죄를 촉구했으며, 야권도 루고 대통령을 향해 공세를 퍼붓고 있다.

루고 대통령은 오는 20일 취임 8개월만에 대규모 개각을 단행할 예정이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