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다시 늘리기 시작했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로 집값 상승이 기대되자 대출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13일 2월 말 현재 예금을 받는 금융회사(은행 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우체국 등)의 가계대출 잔액은 515조5026억원으로 1월 말에 비해 2조7922억원(0.5%)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44조7980억원으로 1월보다 3조3164억원(1.14%) 늘었다. 월간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으로는 2006년 11월(4조2000억원) 이후 최대다.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10월까지만 하더라도 월별 1조원 증가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11월 1조7700억원,12월 2조3200억원 늘어났으며 올 들어 1월 1조7900억원으로 잠시 숨고르기를 한 뒤 급증세로 바뀌었다. 이상용 한은 금융통계팀 과장은 "지난해 11월 정부가 서울의 강남 3구를 제외한 수도권에 대해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자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이 완화되면서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은행이 기업 대출에 비해 주택담보대출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 적극적으로 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올초까지만 하더라도 집값이 내림세여서 서류를 갖고 와도 가급적 주택담보대출을 꺼렸던 게 사실이지만 2월 들어선 집값이 오름세로 돌아서 웬만하면 대출을 하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의 대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지난 2월 경기도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2조3810억원 늘어 전체 증가액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이 과장은 "부동산 거래가 많았던 용인 수지와 일산 등지에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눈에 띈다"고 덧붙였다. 인천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도 1월 1430억원에서 2월 459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다만 서울은 1월 8910억원에서 2월 3060억원으로 떨어졌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