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사장의 역할은 '대사'나 마찬가지입니다. "

전완기 한국 롤스로이스 지사장(47)의 지사장론은 독특하다. "롤스로이스를 한국에 알리고 물건을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을 롤스로이스에 알리고 한국에 투자를 끌어내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수출담당 상무를 거쳐 지난해 5월 항공엔진 · 선박엔진 등 대형 엔진 생산 분야 세계 2위인 롤스로이스의 한국 지사장으로 취임했다. 롤스로이스의 현지인 지사장으로서는 인도에 이어 두 번째였다. "롤스로이스가 현지인을 선택한 데는 한국과 영국 본사의 가교 역할을 해달라는 뜻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그는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롤스로이스의 한국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힘써왔다. 한국 대학과의 산학협력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오는 6월에는 부산대 · 부산시 등과 함께 부산테크노파크 안에 '차세대열교환기센터'를 연다.

그는 "항공엔진산업 전문가로서 한국 항공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며 "지난 1년간 롤스로이스에 한국 투자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는데 생각보다 걸림돌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가 말하는 걸림돌은 '한국의 위상'이었다. "롤스로이스 본사 역시 아시아에 대한 투자는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지만 늘 왜 중국 인도가 아니라 한국과 함께 해야 하느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더군요. "

이 때문에 지속적으로 한국 기업들로부터 공동 기술개발 · 합작 제안을 받고도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이 여러 번이라고 전 지사장은 말했다. "해외 플랜트를 수주하는 국내 중공업 회사들은 대형 가스터빈 기술을,또 상당수 대기업들은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을 롤스로이스와 함께 개발하고 싶어한다"고 그는 전했다. 하지만 롤스로이스 측에서 한국에 연구개발 · 생산 기지를 만들 필요성을 느끼게 하지 못했다는 것.

그는 롤스로이스 본사를 설득하기 위해 한국 정부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왜 한국과 사업을 해야 하는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사업의 안정성을 어느 정도 보장하거나,한국 기업들이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그는 관련 기업들이 공동으로 항공기와 엔진에 관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정부의 지원과 해외기업 투자를 받아내는 일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전 지사장은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간 미국 교포다. 일곱살 때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TV로 본 후 비행기와 로켓을 만드는 일은 그의 '로망'이 됐다. 고3 때 미국으로 건너가 항공엔진 부문을 전공한 그는 제너럴 다이내믹스(현 록히드 마틴)를 거쳐 1993년 삼성항공(현 삼성테크윈)에 스카우트되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글=이상은/사진=김병언 기자 selee@hankyung.com